2024,May 2,Thursday

한주필 칼럼-용기

지난주 일요일에 있었던 영국 프리미엄 리그에서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토트넘과 아스널의 북런던 더비가 있었습니다. 멋진 경기였지요. 특히 손흥민 선수가 보여준 원샷원킬의 날카로운 슛 솜씨는 마치 최고 장인이 쓴 일필휘지의 붓글씨를 보는 듯하여 감탄을 자아냅니다.  망설이지 않고, 주춤거리지도 않고 자신을 믿고 빈틈을 찾아 던지는 그의 슛의 흐름은 마치 굴곡이 많은 그린에서 홀을 찾아 흐르는 골프공의 쾌적과도 같이 예술 그 자체였습니다. 

손흥민, 쏘니에 대한 찬사는 온 영국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쏘니의 파트너였던 핸리케인을 잃은 후 쏘니의 토트넘은 몰락할 것이라는 대다수 전문가의 입 싼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느닷없는 생각일 수 있지만, 그런 쏘니의 활약에는 용기라는 단어가 드러납니다.  

그동안 토트넘은 수비 전술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운 감독들에 의해 주녹든 게임을 지속해야 했습니다. 마치 잔매를 맞다가 큰 주먹 한 방을 노리는 우둔한 권투선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다 휘두른 펀치에 맞는 선수는 일급 복서가 아닙니다. 훈련된 일급 복서는 공격할 때에도 상대의 움직임을 늘 예의 주시합니다. 절대 눈 감고 던지는 펀치에 맞아 눕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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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세계의 명장이라고 일컫는, 토트넘의 감독이었던 무리뉴와 콘테는 헤리케인을 포함하여 최고의 윙 포워드인 쏘니 같은 훌륭한 자원을 상대의 주먹을 막는 가드로 사용했습니다. 왜일까요? 펀치를 내려고 손을 뻗다가 드러나는 빈틈을 두려워한 탓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포스텍클루라는 그리스 태생 호주 감독은 그런 수비적 전술이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는 토트넘이 가진 공격용 자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핸리케인을 보내고도 공격 축구가 최고의 전술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용기의 문제입니다. 용기의 차이입니다. 공격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수비와 공격 어디에 용기가 담겨있나요? 물론 공격 욕구를 억제하는 데에도 지혜로운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기본적으로 용기는 발현할 때 빛을 발휘합니다. 수비는 용기를 누르고 인내하는 것이고, 공격은 용기를 아낌없이 드러내는 일이라 봐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비 전술은 골을 먹을 수도 있다는 불안이 만든 수동적 방안으로 용기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엔제 감독은 다릅니다. 그는 마치 장기판에서 최고의 공격 무기였던 케인이라는 차車가 빠졌음에도 포包와 마馬만을 과감하게 사용하여 상대를 적극적으로 몰아붙입니다.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게임을 만드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것이 용기 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축구를 엔제 포스택클루의 이름을 따서 엔제볼이라고 부릅니다. 이 엔제볼은 한국인의 특성과 유사합니다. 부지런히 뛰면서 주의를 돌아보고 우군을 찾아내서 함께 적진을 파고듭니다.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고 모든 전우가 함께 성과를 이루고 다 함께 기뻐하기를 원합니다. 

그런 엔제볼에 가장 알맞은 선수가 바로 한국인 쏘니입니다. 자신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성과를 동료들과 나누기를 원하고, 위험하고 험한 일은 자신이 먼저 앞장서는 캡틴이 바로 한국인 손흥민입니다. 이런 한국인의 성향을 영국친구들은 낯설어합니다. 왜 자신의 성과를 스스로 빛내지 않는가 의아해합니다. 서로 배려하며 함께 가는 진정한 용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탓입니다. 

용기는 함께 할수록 커집니다. 행복, 기쁨과 같은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남을 배려하고 자신의 성과를 동료들과 나누는 것은 용기입니다. 특히 11명이 한 팀을 이루는 팀 게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개인의 역량을 자랑하기보다 서로를 배려하며 서로의 용기를 북돋아 주며 이루는 성과가 훨씬 용이하고 또 값지다는 것은 우리 한국인은 체질적으로 깨닫고 있습니다. 

그런 용기의 특성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감독을 만나면, 그 성과는 기대치를 훨씬 넘어 나타납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 태국전사들은 축구 기량이나 신체적 역량이 부족하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자신의 희생을 마다 않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나눔으로 4강의 신화를 이루었습니다.  

용기는 긍정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쉬운 일은 부정하는 일입니다. 부정은 수동적입니다. 무책임과도 연결됩니다. 용기와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남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말하거나 자신의 뜻에 부합하지 않은 방향을 주장해도 일단 긍정적으로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자세가 용기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포함하여 자신의 것을 접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할 수 있다, 될 수 있다, 가능하다는 긍정의 생각으로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여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용기이고, 긍정의 힘입니다. 그런 용기가 요즘 우리 쏘니가 뛰고 있는 토트넘을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우리도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용기 있게 폼나게 싸우다 죽기를 시도할 만합니다. 어느 영화에서 나온 대사를 기억합니다. 

“한 20초만 미친 척하고 용기를 내봐, 세상이 바뀔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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