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6,Friday

위대한 서사시, 감동을 귀로 느끼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화음악 OST를 매개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어린시절 동네에서 흥얼거리던 ‘록키(Rocky)’의 웅장한 테마 곡, 상어의 무서운 이빨이 연상되는 ‘죠스(Jaws)’의 멜로디, 드넓은 눈의 풍경이 아름다운 ‘러브레터(Love letter)’의 피아노곡, 리즈 시절 전세계 남자들의 마음을 녹였던 ‘소피 마르소(Sophie Marceau)’의 라 붐(La Boum) 주제곡, 죽어서도 천국으로 향하지 못하고 사랑을 전하고픈 ‘사랑과 영혼(Ghost)’의 애절한 목소리까지, 실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영화음악이란 이름으로 추억이 되고 있다. 영화음악이란 어쩌면 영화에 종속적인 위치로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부수적인 역할만 하는지 모른다. 음악을 위한 뮤직비디오가 아닌 이상, 영화음악은 영화가 있어야만 숨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화와 음악 모두가 독립된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영화음악만큼은 영화가 실현 불가능한 장르이면서도, 이제는 바꿔서 영화음악 없는 영화를 상상하기도 힘들어졌다. 그만큼 영화와 영화음악은 서로 친밀하게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면서 각각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공생 관계의 장르인 것이다. 작년에 선보인 다큐멘터리 영화 ‘Score(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은 할리우드 명작들을 있게 한 역대 영화음악 작곡가 60여명을 소개했다. 음악감독들의 인터뷰가 곳곳에 삽입된 영화 속 장면들과 영화음악이 어우러져 영화음악의 변천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표하였고, 때론 영화음악때문에 영화의 장면과 장소를 바꿔야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담겨져 있다. 오늘은 훌륭한 영화음악인 중 필자가 개인적으로 으뜸으로 꼽는 ‘존 윌리암스(John William)’를 소개해 본다.

음악감독으로만 1958년부터 무려 60여년을 이어온 그는 영화 ‘죠스(Jaws)’, ‘스타워즈(Star Wars)’, ‘E.T.’,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등으로 아카데미 영화음악상 5회, 골든글러브 4회, 그래미상 21회를 수상하였다.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가 된 작품만 50여편이고 이는 월트 디즈니 이후 두번째로 많은 기록으로 남으며 말그대로 할리우드 영화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의 업적을 보면 영화음악뿐만 아니라 1984년 미국 LA올림픽, 1996년 미국 애틀란타올림픽 그리고 1988년 서울올림픽 테마 곡을 선보였다. 또한 미국 NBC 뉴스 오프닝 테마 곡과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역임했을 정도로 다방면에서 뛰어난 자질을 선보였던 그는 음악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의 성공신화의 시작은 삼국지의 유비가 삼고초려로 제갈량과의 만남으로 비유가 되곤 하는데, 바로 1974년에 있던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와의 만남이다. 스필버그의 데뷔작부터 공동작업을 시작한 이후, 그는 스필버그의 모든 영화(3편 제외)에서 음악을 담당해왔고, 서로 최고의 파트너이자 멘토로서 매 작품마다 성공으로 이끌었다. 뛰어난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품격, 그 이상을 보여주는 그의 음악 속으로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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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1 이티(E.T.) / Scene – The Extra-Terrestrial
판타지란 은하수의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동네에서도 펼쳐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며 새로운 SF영역을 개척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이자 ‘존 윌리암스’에게 네번째 아카데미 트로피를 안겨준 작품이다. 특히 스필버그는 어른을 제외한 어린 아이들과 외계인만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원했기에 그런 감독의 의도에 맞춰 어른의 분위기를 음악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는 고난이도의 작업이었지만, 그것마저도 놀라운 성취로 만들어낸 ‘존 윌리암스’의 위엄이 나타난 음악이라 보여진다.

MOVIE 2 쥬라기공원(Jurassic Park) / Scene – Main Theme
‘존 윌리암스’의 음악적 스타일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대표적인 OST이며 대규모 관현악, 그중 휘몰아치는 금관악기로 편성된 장엄한 스코어를 자유로이 풀어놓으며, 때로는 박진감 넘치는 오락적 면모를, 때로는 경이롭고 광활한 대자연의 위용을 한껏 과시하는 거대한 청각적 스펙터클을 표현하였으며, 현재 오케스트라로도 많이 연주되고있는 멋진 곡이다.

MOVIE 3 해리포터(Harry Potter)/ Scene – The Sorcerer’s Stone
기존의 음악 작업을 통해 SF나 판타지 영역의 음악 작업이 낯선 ‘존 윌리암스’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의 메인 테마 곡은 ‘스타워즈’나 ‘슈퍼맨’에 견줄만한 상징적인 음악의 탄생이라 볼 수 있다. 그의 이 테마 음악을 놔두고 ‘해리포터’ 시리즈를 생각하기는 불가능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임팩트 있는 주제곡이다.

MOVIE 4 죠스(Jaws)/ Scene – Collector’s Edition
1976년 48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을 받은 작품으로서, 이 시대 당시 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만큼 할리우드의 영화산업에 지평을 바꾼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멜로디가 오히려 더 큰 공포감을 유발하며, 보이지 않게 서서히 조여오는 상어의 모습에 관객들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충분하게 만드는 매력적이면서도 음산한 분위기의 메인 테마 곡이다.

MOVIE 5 스타워즈(Star Wars) / Scene – A New Hope
전 세계사람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영화이자 영화음악, 바로 ‘스타워즈’이다. ‘존 윌리암스’의 음악은 클래식과 현대음악의 경계를 무너트린 그의 음악적 장르를 직접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무려 7개의 상을 수상하면서 ‘스타워즈’의 신화가 시작되었고, 미국 대학에서 다뤄지는 논문 중 다음과 같은 주제가 있을 정도로 ‘스타워즈’의 작품은 영화음악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다.
‘존 윌리암스의 스타워즈 사운드트랙이 지니는 영화의 음악사적 의의를 서술하시오’
이 부분만 보더라도 ‘존 윌리암스’의 음악은 예술을 뛰어넘어 한 시대를 풍미하는 문화적 아이콘이자 앞으로의 음악적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길목이라 생각된다.

 

윤 아 람

언더그라운드 뮤직스쿨대표
underground282@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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