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January 19,Sunday

<10> 하노이 속 평화로운 리조트, 시푸차

노이바이 공항에서 홍강 다리를 건너 하노이 시내로 접어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 앞으로 달려나갈 듯한 말들이 정문에 장식되어 있는 시푸차. 나도 이사 오기 전엔 지나가며 ‘저기가 뭐지? 저기가 시푸차인가?’ 하던 그곳. 오늘은 내가 살고 있는 시푸차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시푸차는 사실 하나의 단지 이름이 아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시푸차를 검색하면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는 시푸차 단지가 아닌 선샤인리버사이드, 선샤인시티, UDIC West lake등에 대한 글들이 쏟아져 나온다. 시푸차는 인도네시아 개발사인 Ciputra와 UDIC의 합작회사인 Ciputra Westlake City Developemnt Co, Ltd에서 개발해온 신도시 지역의 이름이다. 전체 면적은 301ha(대우스타레이크 180ha)로, 당초 2002년부터 2018년까지를 개발기간으로 하고 있었으나 최근 1, 2년 개발이 주춤하다 일부 부지를 썬샤인 그룹에 매각해서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 중 이미 우리에게 알려진 시푸차 단지는 아파트 12개동 1,524세대와 빌라 898세대로 이루어진 대단지이다. 우리가 도로를 지나다 보이는 부분은 가로로 긴 단지의 세로 부분 입구일 뿐이기때문에 단지 안으로 들어가 돌아보기 전까지는 얼마나 큰 단지인지 가늠이 어렵다. 아파트와 빌라들이 한곳에 몰려있지 않고 옆으로 길게 흩어져있기 때문이다. 단지 끝에서 끝까지 택시를 타면 택시비가 무려 4만동이나 나온다.
이렇게 단지가 길게 흩어져 있다 보니 단지 안은 세대 수에 비해 조용하고 한적하다. 조경과 시설 관리에 정말 신경을 많이 쓰는 시푸차는 하나의 거대한 공원을 연상케 한다. 실제 설계와 관리의 컨셉도 ‘도심 속의 리조트 라이프’ 라고 한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 없이 다니는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에서 단지 내 5km 넘게 이어지는 eco-path라 불리는 차 없는 도로인 초록 산책길은 시푸차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차 걱정, 오토바이 걱정 없이 음악을 들으며 행여 아이들이 위험할까 신경 쓰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산책이 얼마만인지, 그 평화로움에 마음이 편안해 지고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시푸차 안에는 G동, E1, E3/4동, P동, L동에 각각 총 5개의 야외 수영장, 피트니스 시설, 테니스코트, 놀이터가 따로 있어 동마다 시설 접근성이 아주 좋다. 또한 종합 스포츠 시설인 시푸차 클럽 안에는 실내 수영장, 피트니스 시설, 야외 골프연습장이 있다. 시푸차의 골프연습장은 연습장이 아니라 골프장을 연상케 하는 뷰를 자랑한다. 그래서 실제 아파트 임대 광고에서는 골프장 뷰를 강조하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입주를 앞둔 바로 옆 선샤인시티 조차도 골프장 뷰가 더 인기가 있다. 운 좋게도 내가 살고 있는 집도 저층임에도 불구하고 거실에서는 눈 앞에 골프장이 펼쳐지고, 방들에서는 울창한 숲과 그 속에 파묻힌 듯이 보이는 빌라들이 보이는 환상적인 뷰를 가지고 있다. 햇살 좋은 날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면 이보다 좋은 카페가 없다.
시푸차는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미딩/경남 인근이 아니라 한국인들에게는 외곽같이 느껴지지만 하노이 전체를 놓고 보면 서호/롯데/꺼우저이와 가깝기 때문에 서양인들이나 일본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Good morning”~하며 외국인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며 아침 일과를 시작하는 풍경은 시푸차에서는 흔한 모습이다. 아이들 스쿨버스 타는 시간의 로비는 그야말로 다국적 모임의 장이다. 어딜 가나 마주치는 다양한 국가의 이웃들로 인해 이곳이 하노이라는 생각보다는 한적한 외국의 리조트에 여행 온 기분이 들 때가 많다.

거주민들의 국적이 다양하다 보니 동마다 리셉션 직원들은 모두 영어가 능통하고 서비스 대응도 매우 신속한 편이다. 한국에선 참 익숙하고 당연한 ‘신속함’이란 것, ‘말이 통한다는 것’이 타지에 살면서는 참 고마운 부분이다.
시푸차에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학교 때문일 것이다. 시푸차 안에는 UNIS, SIS(Singapore International School), Hanoi International School(이중언어학교) 등 세 개의 국제학교가 위치해 있다. 또한 차로 15분 거리에 Concordia International School, Horizen International Bilangual School 등이 위치해 있다. 학교가 단지 안에 있다는 점은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너무나 큰 메리트이다.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하노이에서 아이들이 스쿨버스를 오래 타는 건 달갑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니 말이다.
시푸차에 사는 재미 중 하나는 단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들이다. 뗏행사, 중추절 행사, 할로윈 파티, 크리스마스 행사 등 여러 가지 큰 규모의 행사가 일년 내내 펼쳐진다. 특히, 시푸차의 할로윈 축제는 하노이 내에서도 꽤 유명한 이벤트가 되었다. 귀신 버스로 꾸며진 버기카를 타기도 하고, “Trick or Treat~”외치며 마당으로 들어서면 으스스한 분장을 한 이들이 나눠주는 사탕 한 주먹에 신이 난 아이들은 온 동네를 돌며 밤이 늦는지도 모르고 할로윈을 즐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푸차 지역은 개발이 계속 진행중이다. 동쪽으로 G동 옆에는 호텔, 쇼핑몰, 레지던스 등이 포함된 초대형 롯데몰이 공사를 시작했고, UDIC West latke는 입주를 앞둔 상태이다. 서쪽으로는 선샤인시티가 입주를 준비중이고, 전철역 공사가 한창이다. 남쪽으로는 외교단지가 속속 채워지고 있고, 스타레이크도 열심히 개발이 진행중이다. 전철이 개통되고, 주변 개발이 계속되면서 시푸차 지역의 인프라는 엄청나게 좋아질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시푸차 지역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집에 살지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개발이 진행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복잡한 도로이다. 그래도 근처에 들어오는 전철공사 부근 도로는 포장도 새로 하고 전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워낙 교통량도 많아 2차선을 4차선으로 만들어가며 꽉 막히는 신기한 광경이 시도때도없이 펼쳐지기도 한다. 새로 짓고 있는 아파트들이 입주하면 교통난이 더 심해질지, 아니면 도로가 좀 더 정비되어서 나아질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또 한 가지 불편한 점은 아무래도 단지가 한국인 위주의 단지가 아니다 보니 단지 내 한국 식당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K마트 두 곳과 P동에 한국 카페, E동에 한국 치킨집이 있기는 하지만 주말 저녁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생각날 때 가족들과 슬슬 걸어갈 수 있는 한국 식당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한다. 그래도 없는 거 빼곤 다 배달이 되는 베트남이 아니던가.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아이들이 커가면서 학원들이 몰려 있는 지역과 이 곳 중에 어디에 살지 여러 차례 갈등을 하던 끝에 이곳 시푸차로 마음을 정하고 살고 있다. 불편함 보다 이곳이 주는 평화로움과 이색적인 문화가 주는 매력이 더 커서 그 결정에 후회는 없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하노이의 짧은 가을. 마땅히 갈 곳 없는 하노이. 이번 주말엔 오토바이 무리와 끝없이 들려오는 경적소리들로부터 벗어나 시푸차에 와서 산책하며 주말 오후를 보내 보시기를 권한다. (글. 이소정 : sopari114@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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