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6,Friday

한주필 칼럼-사막에서 연어 낚시

영화 제목이자 소설 제목이기도 합니다.

요즘 넘치는 시간을 죽이다 우연히 이 영화를 봤습니다. 예멘이라는 나라, 사막으로 둘러 쌓인 그곳에 물을 끌어들여 연어낚시를 하겠다는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를 성사해가는 과정을 줄거리로 하는 영화입니다. 기본적으로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사막에 물을 끌어들여 강을 만들고 그리고 연어를 자라게 하겠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나선 예멘의 왕자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영국정부와 그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자들의 좌충우돌이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목숨의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려는 예멘 왕자의 뜻은 연어낚시가 목적이 아니라 그런 환경을 만들어 후손에게 물 걱정이 없는 나라를 물려주겠다는 웅대한 포부가 그것입니다.

영화가 다 그렇듯이 결국 다 성사되었다가 반대파의 공작에 의해 다시 허물어지지만 그 폐허 속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작은 희망의 싹을 발견하고 다시 일어서는 결말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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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생각도 못할 일을 믿음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와는 종자가 다른 사람들이구나 하며 외면하지만 또 한편 이런 사람들의 의지로 세상 변해가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면서 또 현타가 오지요. 그런데 너는 뭐하는데?

고작 몇 개월 발이 묶여 있다고 칭얼대며 푸념만 늘어놓고 있지 않은가? 뭔가 이 시간을 좀더 유익하게 활용할 생각은 커녕 저 싱싱한 연어 한 마리로 푸짐한 저녁상을 차리고 싶다는 상상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참 구제 불능입니다. 그들의 삶과 비교를 하면 너무 초라해 지니 영화 속의 얘기 뿐이지 하며 외면합니다.   

어제 수개월 연락을 없던 후배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이런 시기에 나누는 흔한 대화처럼 헛웃음으로 시작되고 마지막엔 체념 섞인 미소로 대화가 끝날 줄 알았는데, 이 친구 진지합니다. 요즘 어찌 지내냐는 의례적인 질문에 아주 정색을 하며 그동안 시간이 없어 읽지 못한 독서를 제대로 할 수 있어 기쁘다는 말과 함께, 일에서 해방되어 자기 만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 행운이라고 합니다. 그간 일로 소원했던 부인과도 대화를 할 기회가 많아 정말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는데, 거참 뭐라고 장단을 넣어야 할지 대답이 궁해집니다  

같은 상황을 대처하는 마음자세가 이리 다를 수 있네요. 멋진 후배를 두어 자랑스럽기는 한데 상대적으로 자꾸 초라해지는 자신을 봅니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영화 속의 인물이나 가택 연금에도 자기 발전을 구하는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한가지입니다.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어 갑니다. 상황이 어떠하든 간에 자신이 의도한 삶의 경험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야 말로 세상의 구속에서 자유로운, 자신만의 삶을 누리는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궁리해봅니다 지금 나는 어떤 경험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그 경험이 내가 의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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