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7,Saturday

한주필 칼럼-가족

Out Of Sight, Out of Mind.

이 말을 한국인들은 먼 친척이 가까운 이웃만 못하다는 말로 대신합니다. 안 보고 살면 그 누구라도 우리의 한정된 삶에서 존재의 의미는 사라집니다.

일전에 가수 조영남이 자신의 동생, 조영수인가 어느 대학 성악과 교수와 방송에서 얘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거의 6년 동안 연락이 없다가 방송 때문에 만난 것이라 하더군요. 서로 집이 어디 있는지 가본 적도 없다고 하는데 참 놀랐습니다. 진짜 놀란 것은 그렇게 왕래가 없는데도 여전히 형제의 의가 물씬 묻어나는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그들의 가족에 대한 믿음이 놀랍도록 대단합니다. 하지만 수년간 왕래도 대화도 없다가 방송때문에 대중 앞에 가족이라고 나서는 모습이 쉽게 이해가 안됩니다. 아무튼 조영남씨가 별난 듯이 그 가족도 예사롭지는 않은 듯합니다,

가족이 누구인가? 서로 많은 시간을 공유한 사람들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같은 공간에서 그 누구보다 많은 일들을 함께 겪으며 비밀스런 가정사를 공유하고 있는 소수의 관계자입니다. 그런데 그런 가족들도 나이가 차고 각자의 가정을 갖다 보면 예전처럼 자주 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듭니다. 이제는 가족이라는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는 그저 같은 핏줄이라는 믿음 외에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부로 사랑 담긴 관심을 보여주고, 일부로 먼 길을 찾아가며 만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족이라 하더라도 자주 만나지 않고, 마음을 연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면 그저 경조사에서나 자주보는 얼굴이 되고 맙니다.

따지고 보면 가족도 인간관계의 한 종류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맺은 관계라는 믿음으로 그 관계를 소홀히 취급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좀 소홀히 대하고도 그 부족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지요. 서로를 너무나 믿기 때문이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믿음으로 인해 서운함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는지 한번 돌아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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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축하 카드가 온라인 상에 난무합니다. 많은 지인들로부터 귀한 덕담이 담긴 인사들이 도착합니다. 어쩌면 이리 멋지고 고운 카드를 만들었는지, 환한 미소가 절로 피어납니다. 저도 고마운 마음에 정성 어린 응답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가위 인사를 정성껏 나누는 대상에 가족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집사람과는 매일 화상통화를 나누고 있고, 아들애는 하루에도 몇 번씩 카톡 대화라도 하고 있으니 새삼스레 명절 축하를 나누는 것은 남사스러워 그런 것일까요? 그래도 오랫동안 보지 못한 한국의 가족들에게는 인사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에 한가위 어울리는 시를 하나 골라서 가족 단톡 방에 올리고 인사를 대신합니다. 좀 생뚱맞은 인사 때문인지, 가족이라는 믿음에서 인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들려줍니다.   

스스로 반성을 해야 할 듯합니다. 좀 더 정성을 들여야 했습니다. 사회적 관계를 맺은 지인들이나 친구들에게 하는 것처럼 가족들에게도 그 못지않은 정성이 담긴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주 보지도 못하는데 마음이라도 전하는 노력은 해야겠지요.

한가위 둥근 달이 나이만 많은 소년에게 또 한마디 한 셈입니다. 언제나 철이 들런지.

그런데, 올해 한가위 달 구경은 호찌민에서는 못할 모양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두꺼운 비구름이 하늘을 가립니다. 아마도 달님이 봉쇄를 풀어 달라는 호찌민 시민들의 소원이 너무 무거워 구름속으로 숨어버린 모양입니다.

달님 그래도 외면 마시고 이곳도 좀 챙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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