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6,Friday

한주필 칼럼- 4개월만의 라운드

지난 주말 우리에겐 투득 골프장으로 불리우는, 베트남 골프 앤 컨트리 클럽(VGCC)이 4개월만에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호찌민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골프장이라 가장 많은 이용객이 몰리는 골프장입니다.

공식적으로 개장을 한다는 통고가 없던 터라, 소문만 무성한 개장 소식이 정식으로 들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누구보다 발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이 늘 있게 마련이죠. 그런 분 중의 한 분의 초대를 받아 토요일 아침 일찍 수개월동안 집에서 묶여 지내던 기사를 불러내 골프장으로 향했습니다.

예상대로 골프장 입구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그린 카드를 확인하고 입장시킵니다. 이미 로비는 골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정식으로 개장이 되었다는 발표도 되지 않은 상황에 이미 풀 부킹이 된 상황이라 합니다. 그야말로 날고 기는 사람들입니다.

입장은 했는데 분위기는 평소 차분하던 것과는 다릅니다. 원인은 식당도 락커도 문을 열지 않기에 옷을 갈아 입을 곳이 없습니다. 결국 락커 입구에서 대강 신발을 갈아 신고 옷이 든 백을 카트에 싣고 필드로 나섭니다. 락커가 문을 열지 않았으니 샤워장 이용도 불가합니다. 비라도 오면 낭패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역시 4개월만에 휘두르는 스윙이 낯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냥 웃으며 오랜만에 밟아보는 자연을 즐기려고 노력했습니다. 공이 잘 맞고 아니고는 차차 정리해 가야하겠지요. 중간 중간 그늘집은 문을 열었습니다. 역시 장사속에 밝은 골프장이라 골퍼에게 가장 필요한 샤워장이나 락커는 문을 닫아도 시중보다 통상적으로 4-5배는 비싼 식음료를 파는 일에는 절대 사양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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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요즘은 세상이 좀 묘하게 돌아갑니다 모든 것이 코로나를 이유로 통제되기도 하고 일방적으로 관리되기도 합니다. 코로나를 내세우면 어떤 불평이나 불만도 잠재울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엄청난 무기를 손에 잡은 셈입니다. 그들은 코로나를 앞세워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개인의 행적을 몽땅 가져가는 것도 가능하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문제를 덮고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것도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런 정보가 상업적 용도로 오용된다면 엄청난 반발이 생기지 않을 까 싶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정부가 다 코로나를 핑계로 그동안 어려움을 겪으며 미루어 두었던 정치적 업무를 수행하는 듯합니다. K 방역도 그런 사례에서 열외 되지 않는 듯합니다.  

게임이 끝나가는 막판에 비가 내립니다. 약간의 비를 맞긴 했지만 무사히 라운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축축하게 젖어 무거워진 셔츠를 갈아입을 곳이 마땅치 않아 그냥 골프장 로비에서 남들의 시야를 모른 채 외면하고 갈아입었습니다.

식당이 문을 열지 않아 지인이 마련한 장소에 들려 점심을 대강 하고 헤어졌습니다. 라운드 소감을 말하자면 아직 수리를 마치지 않은 집에 이사 들어온 기분입니다.

공항 골프장도 곧 문을 연다고 하지요. 그곳의 이용료가 좀 오른 듯합니다. 시외에 있는 다른 골프장은 10월 15일 정도 개장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호찌민은 이제 조금씩 정상을 되찾아가는 듯한데 긴 세월동안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은 많은 근로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호찌민에 잡혀 있으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일차로 고향에 돌아갈 근로자를 호송하는 버스를 운영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근로자가 빠진 회사들은 새로운 근로자를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되겠지요.

이래저래 힘없는 서민들의 어려움은 당분간 더욱 깊어 질 것으로 사려됩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골프를 친 것이 미안한 마음입니다.

여전히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고, 세상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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