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7,Saturday

한주필 칼럼 – 퇴직 선물은 사양합니다. 

선물,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퇴직하는 부친을 위한 어떤 선물을 드리면 좋을 지 하며 대중의 의견을 구하는 글이 올라와있습니다. 

답글들이 달리는데, 양복을 해드리세요 퇴직후 양복 입으실 기회가 없으실 테니 미리 하나 정도 장만하시면 ‘퇴직했더니 입을 옷도 없네’ 하시는 푸념은 안하실 수 있습니다.  

또 여행을 추천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렇지요 괜찮은 아이디어 예요. 바뀐 현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지요. 또 추억을 몇가지 더 만드는 거죠.  그런 면에서 여행은 훌륭한 선물이 될 듯도 합니다.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식들의 정성이 가륵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아, 그런 선물을 정말로 퇴직하는 부친이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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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절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 될 듯합니다. 선물은 받아서 기쁜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퇴직 선물은 아무래도 연민을 벗어나기 힘들 것 같죠. 연민은 슬픔이 저변에 깔립니다. 그리고 슬픔은 남에게 선물로 나눠줄 만한 일이 아니지요. 

퇴직은 생각만으로도 그리 행복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퇴직 후 첫날의 아침은 어떤 기분일까요? 

아침 해는 여전히 제 자리를 찾아 오르고 세상은 아무일 없는 듯 잘만 돌아가고 있는데, 길을 잃고 멈춰서있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날이 시퍼런 그 고독을 어떻게 털어 낼 수 있을런지, 생각만으로도 몸이 저려옵니다. 

 

그런데 선물이라고?

 

뭐 선물이 반드시 시각적인 것만은 아닐 수 있지만, 아무튼 퇴직을 위로하기 위함이란 목적은 현타(현실자각타임)를 불러 올 것이 분명합니다. 슬픈 퇴직자의 현실 말입니다. 

퇴직자들이 갖고 싶은 진짜 선물이 있기는 합니다. 

젊은 시절 그렇게 구박하던 ‘일’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무겁고 부담스럽고 힘겨운 것이, 일이 었지만 나이가 들면 그게 선물이 됩니다. 아침을 기다리는 동력이 되고 웃으며 살아가는 의미도 부여합니다.   

 

세상을 좀 바꿔야 합니다. 요즘 세상의 모든 일은 대부분 젊은 근육을 필요로 하지는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못하는 것은 없는 세상인데 멀쩡한 중년들을 은퇴자로 몰아 생산 라인에서 제외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입니다. 

 

퇴직자들의 유능한 기능과 경험을 살려야 할 방안을 국가 차원에서 제시하여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같이 전쟁 중인 나라에서는 60세 이상 퇴직자로 구성된 퇴역 군인 현역화를 추진하는 것은 어떻까 싶습니다. 국가적 인재풀의 활용을 위해 은퇴자로 구성된 시니어 군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마 젊은 신병들 보다는 훨씬 유능한 군인의 역할을 수행하리라 믿습니다.

퇴직자로 구성된 시니어 군이 활성화되면 좋은 점이 너무 많을 듯합니다. 기본적으로 나라의 방위도 강성해지겠죠, 또한 퇴직자의 재활용도 가능하고, 국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향상될 터이고, 국방비도 절약이 되지 않을 까 싶습니다. 실현가능할 것 같지 않은 얘기이지만 만약, 실현된다면 진짜 좋은 반응을 일으키지 않을 까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은퇴자에게 퇴직 선물은 가혹합니다. 

 

선물이란 뭔가 기쁜일을 기념하고 함께 기뻐하기 위함인데 아무래도 퇴직은 특별히 기념하고 함께 기뻐할 일은 아닌 것 같으니 선물을 준비하는 것은 과한 반응인 듯 합니다.  

퇴직으로 직업을 잃는 사람에게 최고의 선물은 아이러니 하게도 바로 직업, 그 자체입니다.  

 

일 할 수 있을 때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일 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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