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7,Saturday

한주필 칼럼-교민사회 실상과 분위기 

꿈 같은 세월이 지나갑니다.

지난 해부터 몰아 닥친 팬데믹 사태가 세상을 휩쓸며 엄청난 변화를 야기합니다. 많은 이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에 내쳐지고 많은 사업가들이 회사 문을 닫았습니다. 

베트남의 한인사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가장 치열한 열풍의 열기를 고스란히 받으며 일차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문제는 아직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변이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고 백신마저 무력하게 만들며 방역당국을 곤욕으로 몰고 갑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선뜻 앞으로의 진행에 대한 확신을 말하지 못합니다. 여전히 불투명한 세상입니다. 

많은 교민들이 베트남을 떠났습니다. 한국인만 2만여명이 살고 있다는 푸미흥은 그 여파가 심각합니다.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것은 푸미흥만이 아닙니다. 교민사회 전체가 엄청난 축소가 이루어졌습니다. 총영사관이 호찌민 공안과 협력하여 조사한 결과 현재 남아있는 호찌민의 한국 교민은 2만명이 채 안 된다고 합니다.  

믿을 수가 없네요. 15만명을 초과하던 호찌민 교민사회가 아무리 줄어도 이렇게 바닥을 드러낼 수 있는 가 의심스럽습니다. 이런 통계를 믿기 힘든 것은, 그동안 교민수의 80% 이상이 철수를 했다는 얘기인데 자영업자라면 몰라도, 정식 투자한 기업체들은 비록 어려움을 겪고는 있겠지만 완전 철수가 이루어진 곳은 흔치 않은 현 상황을 보면, 어떻게 교민의 80%가 사라지고도 운영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과연 투자기업이 차지하는 교민사회의 비중이 그리 작은가 하는 의문도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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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뭔가 핀트가 안 맞습니다. 예전 교민수가 잘못되었던가, 지금의 교민 수 조사가 옳지 않던가 둘 중의 하나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급격하게 축소된 상황에도 여전히 대다수의 투자기업들이 굴러가는 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운 듯합니다. 

물론 자영업자의 대부분은 어쩔 수 없는 철수를 감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두 달도 아니고 6개월이상 영업을 제한하는 조치에도 살아남을 자영업자는 몇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업소는 이제부터 많은 경쟁자가 사라진 시장에 강자로 군림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버티며 기다린 보람이 있으리라 봅니다. 업종에 따라 코로나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 될 수 있습니다. 엄청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정치 바람이 교민사회에 불어옵니다. 국내 정치판이 대권을 향한 각 당 후보가 정리가 되자, 이제 해외 교민 표를 포섭하기 위해 각 당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베트남 교민사회의 유일한 저널로 평가를 받고 있는 씬짜오베트남으로 각 캠프 연결자들이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교민사회는 한국 정치인들의 출입으로 바빠질 듯합니다. 아마 공관도 귀한 손님들을 응대하느라 많이 분주해 질 것입니다. 

우려되는 점 한가지는 이렇게 교민사회에 정치 바람이 불어오면, 그동안 평온하게 지내던 교민들끼리 정치적인 견해의 차이로 보이지 않은 마음의 벽이 생기지나 않을 까 하는 문제입니다.  

물론 모든 교민은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가질 권리가 있지만, 워낙 민감한 부분이라 어떤 모임에도 정치적 주제를 다루지 않으며 나름 평화를 유지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타협 없는 무한의 한국의 정치적 갈등이 우리 교민사회에 그대로 옮겨온다는 생각을 하니 그로 인해 우리 교민들의 사이에 불협화음이라도 발생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생겨납니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너무나 용감합니다. 너무 용감해서 제어가 안되고 협상도 사라집니다.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입니다. 민주 정치란 타협을 조건으로 존재합니다. 타협과 협치가 없는 정치는 더 이상 민주 정치가 아닙니다. 

비록 고국의 정치인들은 그렇다 쳐도, 이국 베트남이라는 곳에서 나와 한국인이라는 신분으로 함께 지내고 있는 우리 교민들은 서로의 마음을 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는 타협의 지혜로 거센 한국의 정치바람을 이겨나가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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