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6,Friday

한주필 칼럼-마음의 소리, 말 

한국에 오면 방송 편식을 합니다. 

정치적 색채가 뚜렷한 방송은 가급적 피하는 편인데, 특히 숙주나물처럼 권력을 따라 진영을 달리한 것을 보이는 특정 방송은 가급적 시청하지 않습니다. 이런 기피 현상은 해당 방송국의 정치적 컬러에 따른 선택이지만, 또 다른 이유로 기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막말을 하는 방송인들이 출현하는 경우입니다. 

제 경우는 김구라나 강호동이 나오는 순간 채널이 돌아갑니다. 특히 김구라 같은 이가 나와서 별다른 제한없이 아무 말이나 마구 뱉어내는 방송을 볼라치면, 정말 담당PD가 누군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그 피디는 김구라의 말이 사회적으로 권장할만한 언어라고 생각하는지 참 그 뇌구조를 살피고 싶을 정도입니다. 

영화에서야 악역도 필요하고 바보 역할을 할 사람도 필요하지만, 방송에서도 저급한 언어를 쓰는 불량한 역할이 필요한지 몰랐습니다. 아무튼, 그 얼굴만 보면 아주 불편해 역시 리모콘을 급하게 찾습니다. 

한국에 오니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많이 변했습니다. 예전의 은근한 언어는 사라지고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표현들이 난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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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막말 시대를 이끈 것은 정치꾼들인듯 합니다. 같은 말이라도 상대의 심장을 긁어대는 말을 해야 속이 풀리는 일부 저렴한 정치꾼들이 시작한 막말 사태가 스폰지 같은 젊은이들에게 스며들어 이제는 대세가 된 듯합니다. 하긴 일반시민들도 그런 정치꾼들을 보고 막말이 안 나오면 그야말로 성인인 셈이죠. 정치꾼들, 공공의 적입니다. 

인간의 품위는 주로 말에서 드러납니다. 어떤 말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이 자연스럽게 드러나지요. 말은 마음을 담아내기 때문입니다. 언위심성(言爲心聲)이라는 한자어가 있습니다. 말은 마음의 소리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말하는 것을 보며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품品이라는 한자는 입 구口자가 3개 모여있습니다. 말이 쌓여서 품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이 순하면 고운 인품이 되고, 말이 거칠면 거센 인품이 됩니다. 말에는 자신만의 컬러가 담겨 있습니다. 자신의 향기도 말로 드러납니다. 

결국 말을 조심하고 잘 해야 한다는 것이죠. 

말을 잘 하려면, 듣는 것 부터 잘 해야 합니다. 잘 들으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지만, 부주의한 말은 삶의 후회를 만듭니다. 돌이킬 수 없는 깊은 후회는 대부분 말에서 비롯됩니다. 

후회 할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말을 잘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듣는다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신이 듣기 싫은 말도 들을 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절제의 내공이 필요한 일입니다. 

상대의 말을 잘 들으면 부가적 효과를 거둡니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말이 논어에 있습니다. 상대를 존중하고 귀 기울여 경청하면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말입니다. 

귀를 여는 이들이 상대의 마음을 얻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사람들은 만남에서 상대의 귀를 원합니다. 자신의 말을 들어 주기 원하는 것이죠. 그런 상대에게 주는 선물은, 귀를 열고 입을 다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물을 받은 상대가 당신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죠.  

결국, 입은 닫아 화를 피하고, 귀를 열어 지혜와 마음을 얻는 사람이 품격있는 인생을 누리게 되나 봅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러니 하게도 인간의 품격은 말로 나타내지 않음으로 비로서 드러나는 모양입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이 성탄 전야네요. 교민여러분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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