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30,Tuesday

한주필 칼럼-자기다움

어제 글, 자기답게 살기와 오늘 글, 자기다움은 같은 주제입니다. 같은 제목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 조금 돌렸습니다.  

며칠 전, 후배 뻘 되는 친구가 어떤 특정 사람을 만나는 것이 무서워 그와 만나는 자리를 일부로 피했다고 합니다. 무섭다는 표현이 좀 과장되기는 하지만 마음으로 내키지 않았다는 느낌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 얘기를 듣고 저도 그런 경우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내고는 자신에게 하는 독백처럼, “이제 나이가 그 정도 되었으면 상대가 어떠하든 간에 내 모습 그대로 보여줄 만 하지 않나, 상대에 따라 내 모습을 달리하며 그 상대에 자신을 맞출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는 말을 하면서 이 ‘자기답게 살기’라는 글이 썼습니다. 

우리는 “~ 답다”라는 말을 흔히 씁니다. 그,”~ 답다” 라는 글은 그 말 앞에 붙은 명사의 정체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중국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에서 중국은 막가파식 편파 판정으로 메달을 강탈합니다. 과연 중국이 중국다운 짓을 하는구먼 합니다. 애플이 전기 자동차를 만든다고 합니다. 그들이 만들 자동차의 개략적 모습이 이미 그려집니다. 애플이라는 회사의 성격을 알기 때문에 애플다운 차를 예상합니다. 독일, 일본, 미국, 중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스스로 갖고 있는 자기다움이 있습니다. 기술강국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독일, 예쁘고 얇은 일본, 강대하고 세련된 미국, 무식하고 떼만 쓰는 중국 뭐 이런 이미지가 그 이름에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한번 특정화된 ‘다움’이 생기고 나면, 살아가는데 특별한 과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명품 브랜드들이 광고를 많이 하던가요? 그들은 그 흔한 프로모션조차 하지 않아도 남들보다 수십 배 비싼 가격의 제품을 갑질하며 팔아 치웁니다. 자기다움이 형성된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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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번 잘못된 자기다움이 심어지면 그것을 벗어나는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처음 진출할 때 코미디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형성된 저렴한 이미지를 씻어내는 데 거의 반백년을 보냈습니다. 아마 중국다움이 갖는 이미지는 여간해서 달라질 것 같지 않지만 진정으로 달라지기를 원한다 해도 아마 기백년의 노력은 필요할 듯합니다.

그대는 자기다움이라는 이미자가 형성되어 있나요? 그리고 그 이미지가 마음에 드시나요? 남이 보는 자기다움과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다움이 일치한다면 과장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셈입니다. 만약 같지 않다면 어쩌면 그대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가치를 아직 찾지 못한 탓일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눈에 보이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 그들은 너나 없이 몽땅 국민들 마음에 환멸과 좌절을 심어주는 것을 타고난 소명으로 삼고 사는 인간들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과연 그렇게 천하에 널리 퍼진 잡배다움이 자신의 자기다움이라고 수긍할까요? 그들은 그것을 수긍하는 것과 관계없이 자기답게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절대 진실을 말해선 안 된다는 정치에 목숨을 걸고 사는 까닭입니다. 

자기다움이란 자기의 삶에 가장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돈에 목숨을 건 사람은, 구두쇠답게, 부자답게, 그렇게 그답게 살아갑니다. 일에 목숨을 건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까요. 워커홀릭답게 살아가겠죠. 어떤 이는 사랑에 목숨을 걸고 평생을 로맨티스트답게 살아갑니다.    

그래서 자기답게 산다는 것은 자기 모습대로 사는 삶을 의미합니다. 구두쇠가 산타처럼 사는 게 아니라, 구두쇠는 수전노처럼 사는 게 자기답게 사는 것입니다. 사회윤리적으로 올 그름을 떠나서 이런 분들이 자기다운, 자신의 삶을 살아 간다는 점에서 충분히 존중 받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아마도 가장 자기답게 살지만 자기다움을 드러내고 살 수 없는 불행한 사람들은 바로 정치인들 일 것입니다. 정치란 거짓말을 바탕으로 살아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그래서 혹시 자기답게 사는 역설적 인물을 찾고 싶다면 한국의 정치인 중에 아무나 찍어도 될 듯합니다. 그렇게 사는 게 최악의 잡배다운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 그들 역시 사회에 교훈을 주기는 하는 모양입니다.  

오늘 글, 평소 저다운 글이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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