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30,Tuesday

한주필 칼럼-풍요로운 삶.

자기다움이란 글을 두번 연재 했는데, 사실 두번이나 쓰고도 아직도 하고픈 얘기가 많이 남아 있지만 그만 쓰고자 합니다. 이런 철학적 문제를 너무 오래 언급하는 것은 일단 삶을 너무 무겁게 다루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이, 지난 온 삶을 너무 심각하게 살았다는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아직 자기답게 산다는 것에 대하여 할 말이 많지만 일단 심각한 화두는 접어두고, 이번에는 거꾸로 삶을 풍요롭고 즐겁게 사는 방안에 대하여 가볍게 얘기 하고자 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풍요로운 삶을 원합니다. 그런데 풍요롭다는 그 삶은 단지 재정적 풍요를 의미할까요? 돈이 많아서 사치품을 사들이는 것이 럭셔리하고 풍요로운 삶인가요? 뭐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 들어 보셨죠. 유용한 돈의 쓰임새에 대한 얘기 말입니다. 돈으로 살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값비싼 보석이나 럭셔리한 물품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이라고 하지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면서 하던 말입니다. 물건을 사는데 쓰지 말고 경험을 사는데 사용하거라. 인생도 마찬가지죠. 값비싼 물건으로 주변을 채운다고 가치있고 풍요로운 삶이 되는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 어떤 삶이 진정한 풍요인가요?  

이에 대하여 우리 나라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선생은, 가장 풍요롭고 럭셔리한 삶이란 바로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가진 삶이라 말합니다.  

user image

이어령 선생님, 우리 시대의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그는, 88올림픽 개회식을 직접 기획하며 우리나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으신 분입니다. 요즘 암투병으로 힘겨운 생활을 하고 계신데, 김지수라는 여기자가 그 분을 두 달여 동안 인터뷰하여 쓴 책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되었습니다. 

기회가 되시면 한 번 꼬옥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죽음을 앞둔 시대의 지성이 가쁜 숨을 삼키며 풀어놓는 삶의 이야기는 묵직하고 깊은 울림으로 당신의 가슴을 적실 것입니다.  

이어령 선생은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 말합니다. 값비싼 물건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럭셔리한 삶이라고 말합니다. 공감합니다. 어차피 가져 갈 수도 없는 돈인데, 가져 갈 수도 없는 물건인데 살아있는 동안 풍부한 경험을 했다면 그야말로 풍요로운 삶을 보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베트남에 사는 우리 교민 여러분은 나름대로 자기만의 스토리텔링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더구나 베트남의 급격한 경제 성장의 시대를 살면서 그에따라 변해가는 다양한 모습을 목격하고 또 몸으로 경험했으니 나중에 할만한 이야기가 많은 셈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풍부한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한가지 조건을 채우셔야 합니다. 가능하면 억지로 하는 경험은 말고, 싫지만 할 수 없이 하는 세월도 보내지도 마시고, 단지 좋아서, 재미있어서, 흥미로워서 하는 즐거운 경험으로 삶을 채워 나가시길 기원합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Copy Protected by Chetan's WP-Copyprot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