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30,Tuesday

한주필 칼럼-은퇴 이후


우리 사회의 가장 최정예 인력층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각 회사에서 가장 최정예 직원에게 부여하는 직책은 과장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정도 나이의 연령과 직책을 가진 사람들을 우리사회의 정예요원이라는데 이의를 제시할 분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60세 이상 되시는 분들, 자신이 일해왔던 분야에서 과장급 되는 분들만큼 일하실 자신이 없으신 분 계십니까? 과장보다 경험이 없습니까? 업무 경력이 모자란가요? 인적 네트웍이 그들보다 넓지 못하나요? 육체적으로 과장급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지장이 있나요?
[인턴]이라는 영화를 본 기억이 납니다. 로보트 드 니로가 은퇴 후 소일거리를 찾다가, 어느 인터넷 의류 판매회사에 취업을 합니다. 그 회사 경영자인 줄스 오스틴이 사회 공헌을 위해 실시하는 노년층 일자리 알선계획의 일환으로 인턴으로 취업하게 된 것입니다. 회사에는 그 프로그램을 사회에 기부한다는 기분으로 시작한 것이니, 그저 잉여인력에게 잡일이나 시키는 것으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노인에게 일거리를 맡기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소동을 거치면서 경륜이 필요한 일들을 만나고 결국 최고 경영자에게 가장 신임받는 인턴 직원이 되지요.
그 영화는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사회 공헌에 참여한다는 기업의 윤리문제를 당연하게 다루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스토리를 통해 노인의 경륜과 열정이 결코 젊은이들과 비교하여 모자라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마 거기서 나오는 대사인가 싶은데, 은퇴가 뭐야 하는 손녀에게 로버트 드니로가 ”은퇴는 지금까지 하던 일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거란다” 하고 말합니다. 그 말에 엄청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충격이라기 보다 일종의 위로이자 기회 같은 것이 보였던 것입니다.
그렇구나, 은퇴가 아무 것도 안하고 그저 죽는 날을 세며 세월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구나 하며 무릎을 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있는데, 나라에서 은퇴연령을 일괄적으로 정한 것입니다. 왜 그런 일을 나라가 정했을까요? 나라가 은퇴연령을 정하는 권한을 가지려면 적어도 은퇴 이후의 생활을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그런 보장도 없으면서 멀쩡히 일하는 사람을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나이 기준을 넘었다는 이유로 쫓아내는 일은 주제넘은 월권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노인들이 자리를 안 물려주어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없다면, 그것은 사회 구조적 문제인데, 그런 사회 구조적 문제의 책임을 나이든 사람에게 지울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이죠.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나이를 이유로 일을 못하게 하는 사회적 제도는 인간의 기본적 인권 문제에 저촉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은퇴제도는, 예전 독일 이전 국가인 프로이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사상 최초로 국가가 주도하는 노령연금제도를 실시하고, 동시에 각 연령에 맞는 일자리를 지정하면서 암묵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1860년 대, 이미 160년전의 일입니다. 그리고 당시 인간의 평균 수명은 고작 40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인간의 평균수명이 70년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은퇴와 함께 병행 해야 할 노령 연금제도의 보완은 생략한 체 은퇴시기만 만지작거립니다.
지난달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했습니다.  곧 연락을 주겠다는 동사무소에서 한달이 지나도록 무소식입니다. 설사 나온다 해도 아파트 연료비도 충당되지 않은 금액입니다.
일하기 원하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사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 나이와 경륜에 맞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사회의 의무입니다. 너무 아까운 인재들이 사장되는 것은 나라의 손실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3,500만명의 은퇴자 협회가 만들어져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한 은퇴자 협의회도 존재 하긴 하는데 존재감은 보이지 않습니다.
베트남의 한인사회에도 많은 은퇴자가 있는데 참고 삼을 만한 일입니다.
은퇴자에게 삶의 기쁨을!
마지막으로 사회를 위해 움직일 만한 일이 아닐 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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