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7,Saturday

검은정장 맞춰입고 백악관 들어간 BTS…백악관을 뒤집어버리다

– 인기따라 글로벌현안 목소리도 커진 BTS…”다름 인정부터 평등시작”

– 기자실에 평소 3배 취재진…기자들도 신기한 듯 연신 사진·영상

 

BTS는 미국 ‘아시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유산의 달’의 마지막 날인 이날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하고 ‘반(反) 아시안 증오범죄 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연합뉴스가 1일보도했다

면담에 앞서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과 함께 브리핑에 등장해 방문 취지를 설명할 때 방탄소년단은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에 흰 셔츠를 매치한 깔끔한 패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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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RM을 시작으로 진, 지민, 제이홉, 정국, 슈가, 다시 RM 순으로 돌아가며 발언할 때 멤버들은 다른 멤버의 말을 두 손 모아 집중하며 경청했고, 빼어난 영어 실력이 익히 알려진 RM은 이 자리에서도 유창한 영어로 의견을 표명했다.

정국은 “한국인의 음악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넘어 전 세계 많은 분께 닿을 수 있다는 게 아직 신기하다”며 “이 모든 것을 연결해주는 음악이란 것은 참으로 훌륭한 매개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슈가는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된 일이 아니다”라며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평등은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RM은 브리핑이 끝나고 바이든 대통령과의 면담을 위해 이동하며 취재진을 향해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이 국내를 넘어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히트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하고 지난해 ‘버터'(Butter)로 무려 10주 1위를 기록하는 등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면서 이들의 ‘선한 목소리’ 역시 점점 커졌다.

BTS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던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 회의(SDG 모멘트) 행사에서는 “백신 접종은 저희를 기다리는 팬들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이 자리에 오기 위해 끊어야 하는 티켓 같은 것”이라며 백신접종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이자 세계 청년대표 자격으로 유엔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지금 청년들은 변화에 겁먹기보다는 ‘웰컴’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걸어 나가는 세대”라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 에너지로 일상을 채워나가자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특히 BTS는 내놓는 곡마다 발매하는 노래마다 한국, 그리고 아시안 아티스트로서 새 기록을 쓴 만큼 이번 백악관 방문의 주제인 ‘아시안 헤이트'(아시안 혐오) 문제와 관련해서도 꾸준히 입장을 내왔다.

작년 3월에는 서구사회의 아시아계 혐오와 관련해 트위터에 “진심으로 분노한다”며 관련 해시태그(#)를 붙이는 등 차별과 혐오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11월 로스앤젤레스 기자회견에서는 RM이 “(아시안 헤이트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항상 내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RM은 이어 “미국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많은 장벽이 있다”며 “우리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우리가 만든 음악 등이 (고국이 아닌) 외국에서 사는 아시안에게 많은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시작한 아티스트로서 우리가 가진 정체성, 언어, 장르의 한계점 등 보이지 않는 벽이 아직 존재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슈가도 “아직 뛰어넘을 장벽이 있다는 것에, 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한편 이날 평소 진지하고 냉철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기로 유명한 미국 백악관 브리핑룸에서는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BTS 멤버들이 한 명씩 발언을 시작하자 대다수 기자는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거나 영상으로 담는 등 부산한 모습이었다. 일부 기자는 곧바로 이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브리핑룸 뒤편에 배치된 사진 및 카메라 기자들은 “폰 다운(Phone Down), 폰 다운”을 연이어 외쳤다.

촬영 구도에 방해를 받으므로 휴대전화를 내려달라는 다급한 호소였다.

하지만 상당수는 이런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휴대전화를 들고 기자실을 찾은 세계적인 스타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기자실은 말 그대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지정석 대부분이 자리를 채운 데 이어 한국, 일본뿐 아니라 다른 외신 기자 100여명이 좌석 주변에 선 채로 BTS의 입장을 기다렸다.

백악관 브리핑실의 좌석은 가로세로 7줄씩 모두 49석이다.

평소 이 좌석 정도의 기자들이 모이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감안하면 이날은 3배 정도의 기자가 모인 셈이다.

백악관 직원은 출입구 통로 근처는 사람이 지나다니도록 항상 비워둬야 한다고 협조를 당부했지만 워낙 인파가 많다 보니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정도였다.

백악관을 고정적으로 출입하는 미국 기자들은 기자실로 들어서며 빽빽한 모습에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짓기도 했고, 한 일본 기자는 “BTS는 일본에서도 관심이 많아 직접 현장에 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백악관을 출입했다는 한 미국 기자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브리핑룸에 이렇게 많은 기자가 모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례적인 상황은 기자실뿐만이 아니었다. 백악관은 유튜브 채널로 브리핑을 생중계하는데 BTS 팬이 대거 몰린 탓에 한때 동시 접속자가 30만 명을 넘어설 정도였다.

브리핑 시작 전인 오후 2시20분께 9만 명을 넘기고 예고된 시간인 30분께는 17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윽고 오후 2시 37분 BTS가 당초 예정보다 늦게 브리핑룸으로 와 발언을 시작하자 동시 접속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30만 명을 넘겼다.

한 백악관 출입 기자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접속할 줄은 예상도 못 했다”고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역대 백악관 동시접속자 기록을 깬 것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백악관 바깥에도 200명이 넘는 BTS 팬들이 모여들어 철제 펜스를 사이에 둔 채 BTS를 외치며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BTS 상징색인 보라색 마스크와 두건을 착용한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팬인 하자르 베르지지는 “BTS는 매일 음악을 통해 인종차별주의를 다루고 적극적인 메시지 전달을 돕는다. 다른 아티스트들은 잘 하지 않는 일”이라며 “BTS는 음악을 통해 사랑과 통합을 전파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누 비스워스는 “음악을 통해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며 “BTS는 우리 모두에게 더 많은 사랑을 가져다준다”고 하트 모양을 지어 보였다.

연합뉴스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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