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7,Saturday

독서 모임 ‘공간 자작’- 한국 방문, 그리고 베트남에 산다는 것

 

 

아이들 방학, 여름 휴가철을 맞아 교민들의 한국 방문이 늘고 있습니다. 7~8월 모임때는 저희 모임에서도 한국 방문하신 회원 분들의 빈자리가 눈에 뜁니다. 교민 대부분이 코로나 방역을 위한 격리규정 때문에 2020년부터 한국 방문을 못하셨던터라 올해 한국 방문은 더욱 특별한 것 같습니다.

일단 부모님 방문이 최우선입니다. 외국에서 오래 살게 되면 본의 아니게 불효자, 불효녀가 됩니다. 제사, 차례, 벌초, 어버이날, 생신 등등 한국에 있었다면 의례 찾아뵜어야 할날에 매번 전화 한통으로 마음을 전하자니, 항상 마음이 무겁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 손녀를 보고 싶어하는 부모님께 매번 영상통화로 아이들을 보여드리는 것도, 뭔가 아쉽습니다. 이런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안다면 영상통화하며 ‘할아버지 보고싶어요,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시키는 말이라도 잘해줬으면 좋겠건만, 그 짧은 시간 게임하겠다고 유투브 보겠다고 집중하지 않는 녀석들이 내 자식이지만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나중에 돈벌면 호강시켜드리겠다고 약속드렸던 부모님이건만, 돈번다는 핑계로 얼굴도 못보고 지냅니다. 가끔 부모님 아프셔서 병원다녀오셨다는 소식 형제들로부터 전해들으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너무 처량합니다. 시차를 잊으신 어머니께서 아침 일찍 거신 전화를 ( 한국 6시는 베트남 4시죠 ) 새벽에 놀래서 받았다가 ‘ 부재중 찍혀 있어서 전화했다’ 라는 말을 듣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신 경험을 가지신 교민분들도 꽤 있으실 겁니다. 1년에 한번 가는 1~2주 되는 한국에서의 시간이지만, 부모님하고만 보내도 시간이 모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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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다음은 형제 자매입니다. 외국에서 일한다는 핑계로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하나도 챙기지 못합니다. 형제자매들이 내 상황을 이해해 준다쳐도, 형제자매들의 배우자들에겐 항상 면목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형 선물은 시티마트에서 고른 G7커피 ( 건강을 위해 블랙을 삽니다 )이고,  형수 선물은 비행기 면세점에서 산 랑콤 화장품이 됩니다. 조카들 만나면 삼촌, 이모 노릇한다고 그동안 못준 용돈을 듬뿍 줍니다. 조카들에 대한 사랑도 있지만, 한국에 친구가 없는 우리 아이가 나중에 한국 오면 그래도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들인지라, 나중에 삼촌 이모 없어도 동생 한국 오면 잘 돌봐주라는 뇌물이기도 합니다.  가만 보면 형도 나의 방문을 무척 반가워하는 것은, 부모님에게도 배우자에게도 자식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못하는 말을 할 수 있는 동생이 찾아왔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내가 사간 G7 커피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부모님, 형제자매 챙기기도 바쁜 일정이지만 일정을 쪼개 친구들 모임을 한번 열거나, 절친 한 두명은 꼭 만나고 옵니다. 운이 좋아 베트남 생활에 만족하고 살더라도, 베트남 생활에 없는 것 하나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막역한 친구입니다. 만나서 특별한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땐 그랬지, 저랬지 하는 남들이 들으면 어디 써먹을 때 없는 평범한 얘기들이지만 말하고 듣는 당사자들은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면 엉뚱했고, 무모했고, 불안했고, 고민하던 그 때 그 시절의 나를 만나면서 힐링을 합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행하는 심리치료의 과정입니다.

외국 생활 하면서 가장 힘든것 중 하나가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는 같은 학교를 다닌 사람들이 친구이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에는 결혼식, 돌잔치, 장례식, 모임을 함께 해야 친구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미묘하게 주고 받는 관계로 연결되어 있어, 처신을 잘못할 경우 뻔뻔한 사람, 경우 없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단톡방 활동을 열심히 해도, 외국에 사는 한계로 인해 친구들과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이 외국 생활입니다. 살다 보면 친구들에게 갑자기 연락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아무리 베트남 생활이 바쁘더라도, 가까운 친구들의 경조사는 꼭 챙기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베트남에서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나면 항상 이 말로 대화가 시작됩니다. ‘베트남에 몇년 사셨어요?’ 한베수교가 1992년에 이루어졌으니 대답은 몇 개월에서 30년까지 다양한 대답이 나옵니다. 오래 계셨지만 아직도 기회를 기다리시는 분도 있고, 베트남 오신지 얼마 안된 짧은 시간 동안 자리를 잡으신 분도 있으니, 베트남에서 지낸 시간이 성공과 비례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10년 이상 오래되신 분들이 하시는 얘기의 공통점은’ 나도 이렇게 오래 있을 줄은 몰랐다 ‘ 입니다. 베트남에서 바쁘게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흘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챙기지 못해 멀어진 한국의 인연들에 대해 후회를 합니다. 짧은 한국 방문 시간 동안 할일 많으시겠지만, 부모님 형제 자매, 친구들 잘 챙기고, 좋은 에너지 받고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한국 잘 다녀오세요!

저자 – 독서 모임 ‘공간 자작’
이번에 본 칼럼을 시작한 독서 모임 공간 자작은 회원수 xx명 규모의 2018년 말 시작하여, 한달에 한번씩 평균 2권의 책을 읽으면서 토론하고, 주제를 논하는 독서 모임이다 . 이들의 칼럼은 ‘공간 자작’ 대표측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발표할 예정이며, 2주에 한번씩 연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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