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6,Friday

한주필 칼럼- (Golf) 골프 좀 제대로 배워서 치자

골프는 다른 운동과는 달리 에티켓이라는 묘한 룰이 있어 신경 써야 할 것이 다른 운동보다 많습니다.

복장 규정이 있고, 시간 엄수를 그 무엇보다 중시 여기는 관례가 있습니다. 이는 드넓은 필드에서 여러 팀이 다 함께 움직이다 보니 한 팀에서 차질이 일어나면 필드의 모든 팀에 그 영향이 미치는 도미노 현상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골프장에서는 자신의 게임을 즐기는 것 못지않게 타인이나 다른 팀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시됩니다.  

엊그제 정산 골프장에서 월례회가 있어 나갔습니다. 티박스에 가보니 앞 조가 한 팀 는데, 우리와 같은 토너먼트 조는 아니고 별도 팀인 모양입니다. 3, 40대 정도의 젊은 2인입니다. 젊은 사람들이고, 더구나 2인조이니 4명인 우리를 기다리게 만들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그들의 뒤를 따라 여유롭게 출발했는데, 이럴 수가 있습니까? 70대 4명이 치는 속도를 청년 2명이 이기지 못합니다. 아니 이기는 게 아니라 매 홀 매 샷마다 70대 노인들을 기다리게 합니다. 이런 빌어먹을 일이 있나 싶더군요. 

자연히 그 젊은 친구들 치는 것을 구경하게 됩니다. 힘이 좋으니 블루 티에서 한 500야드는 보낼 것 같이 휘두르지만, 고작 200야드 안짝에 공이 떨어집니다. 그것도 잘못쳤다 싶으면 공을 한 두 개 더 꺼내서 칩니다. 페어웨이는 늘 비어두고 다니며, 매 홀 매 샷마다 저 구석진 곳에서 두어 번씩 공을 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클라이맥스는 그들이 그린에서 퍼팅을 마치고 나가는 것을 페어웨이에서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공이 안 들어갔다고 퍼팅을 다시 하는 장면입니다. 2주 전에 지나간 코로나가 다시 덮치기라도 하는 듯 온몸에 열꽃이 피어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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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들, 골프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 같습니다. 거리가 안 나가고 공을 잘 못 치는 것을 나무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에 맞는 위치를 찾아야 합니다. 그 정도 실력이면 블루티로 가면 안됩니다. 화이트 티도 감사하며 쳐야 할 실력입니다. 물론 티 박스 선택은 자유의사입니다. 그런데 골프장마다 암묵적인 약조가 있습니다. 보기 플레이어 이상의 하이 핸디캡퍼는 화이트 티를 추천한다는 것입니다. 

또, 자신에게 어떤 티박스가 적합한가를 스스로 알아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원샷으로 그린을 직접 쏘는 파 3에서 티샷을 할 때, 아이온을 잡지 못할 정도라면 그 티박스는 그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은 곳입니다. 예를 들어 블루 티박스가 170야드가 되는데 우드를 잡아야 하는 경우라면 그것보다 30야드 정도 짧은 화이트 티에서 아이온 클럽으로 그린 온을 시도하는 게 그 실력에 적합한 티박스라는 것입니다. 그런 의도로 골프장에서는 여러 거리의 티박스를 만든 것입니다. 제발 자신의 기량에 맞는 티박스를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그런 암묵적 규칙을 배운 적이 없어 보이는 젊은 친구들은 파 3홀 블루티에서 마구 몽둥이를 휘두릅니다. 그리고 샷이 잘못되자, 기다리는 뒤 팀에 양해도 구하지 않고 바로 주머니에서 다른 공을 꺼내고 뻔뻔하게 다시 칠 자세를 잡습니다. 이런 무례한 만행은 정상적인 골퍼에게는 거의 자살 행위와 같습니다. 침을 삼키며 참을성 있게 기다리던  팀이 드디어 분노가 폭발합니다. 골프장의 살인사건은 대부분 이렇게 일어납니다. 

이 친구들은 골프는 모르고 갑질은 아는 듯합니다. 그들은 그린에 올라온 공을 자신이 마크를 하거니 플레이스 하지 않습니다. 자신은 가만히 서 있고 캐디가 그린 주변을 오가며 공을 고 놓고 합니다. 자신들은 그냥 치기만 합니다. 자신이 잘못 친 공이 숲으로 향했는데 자신들은 카트에 앉아있고 캐디만 숲으로 달려가게 합니다. 

이렇게 골프를 덜 배운 친구들이 18홀 도는 내내 마샬의 지도를 한번도 받지 않는다면 그 골프장 필드 매니저는 제 할 일을 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만약에 필드 매니저가 있기는 하다면 말입니다.   

정산 골프장은 한국기업이 주인이라 주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긴 한데 사실 관리는 지적할 것이 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벙커 모래 관리는 거의 빵점입니다. 흙바닥인지 모래인지 구분이 안 되는 곳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리고 필드 흐름을 관리하는 마샬의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계속 질척대는 팀 때문에 마샬에게 연락을 하려고 해도 캐디들이 아는 바가 없습니다. 한심한 대답에 햇살이 더욱 뜨거워집니다. 그런 열기를 식히려고 그늘 집에 들어가면 그늘 집의 자동문은 고장 난 지가 3-4개월이 지났는데 여전히 반쯤 열린 채로 에어컨 전기를 밖으로 내다 버리고 있습니다. 필드 요금 인상 전에 새는 돈은 없는지 관리 좀 하시지. 

이렇게 필드 관리가 한가하니 골프를 잘못 배운 젊은 아이들이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채 골프장을 휘젓고 다니며 전체 흐름을 막아버립니다.  

베트남은 한국처럼 빡빡한 골프 에티켓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그렇다 해도 아무렇게나 해도 괜찮은 곳이 아닙니다. 적어도 골프 기본 룰, 다른 팀에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은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진리입니다. 

한국에서 골프를 배울 때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것은 스윙이 아닙니다. 스윙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은 필드에서 타인이나 다른 팀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빠른 걸음으로 가는 것입니다.  

하긴 서양 말에 이런 격언이 있기는 합니다. 

골프란 세상에서 가장 한가한 4명이 앞 조를 이루고, 세상에서 가장 급한 4명이 뒤 조를 이루고 치는 게임이라고 하지요. 입장이 바뀌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인데, 이번 사례는 그것과 다른 것 같습니다. 설사 골프를 잘못 배웠어도 기본적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사회의 기본 교육을 받았다면 결코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습니다. 

골프는 인생이 축소판입니다. 골프 한번 잘못 치면 이렇게 혹독한 지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단 필드에 나서기 전에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골프의 기본 정신을 제대로 배우고 볼 일 입니다.

그리고 그런 골프의 기본자세는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시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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