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9,Monday

한주필칼럼 – 손흥민과 김민재

지난 주말 손흥민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4월 8일, 프리미엄 리그 브라이튼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멋진 감아차기 슛으로 자신의 100호 골을 만들었습니다. 프리미엄 리그에서 아시아인으로 첫 번째 달성한 기록입니다. 한국 축구선수가 외국에서 기록한 골의 기록은 차범근이 독일의 분데스리가에서 기록한 99골이었는데 그 기록을 넘었습니다. 차 감독은 예전에도 손흥민은 자신의 기록을 넘을 선수라고 늘 말해 왔습니다. 그 예언을 이루어진 것입니다.  

손흥민을 보면 참으로 대단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축구를 잘한다는 것이 가장 큰 그의 장점이지만, 그는 축구 말고도 인간적으로 수양이 잘 된 인물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한국에는 유명세는 좀 다르지만 그 못지않게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있고,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차범근이란 박지성 외에도 박주영, 이천수, 안정환, 기성용 등 제법 많은 한국인 축구선수가 있지만 손흥민처럼 국민의 사랑을 받은 선수는 없는 듯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손흥민의 장점은 따뜻한 인성입니다. 손흥민은 매우 겸손하고, 예의 바르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심성을 가진 젊은이입니다. 우리가 보기에도 참기 어려울 정도의 불공정한 대우나 차별을 받아도 그는 불평하지 않는 순둥이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그런 선한 심성과는 달리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열정적인 모습으로 모든 이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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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의 매력적인 성품은 라이벌 팀의 팬들에게도 지지를 받게 만듭니다. 손흥민은 팬이 많은 뿐 아니라 안티 팬이 없는 선수로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그런 손흥민에게 질투하며 척지는 선수가 한국에, 그것도 같은 국가대표 안에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면 한국 국민은 충격을 받습니다.

얼마 전 김민재 선수가 손흥민의 SNS를 차단하며 그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평소에도 손흥민의 주장으로서 발언에 늘 토를 달던 4살 어린 후배가 지난 국가대표 팀 친선 게임이 끝난 후 대표팀 은퇴를 운운하며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의 하나로 선배인 손흥민 선수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것이 드러나며 자세한 내막은 불문하고 김민재 선수는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에 시달립니다. 그 후 김민재 선수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선배인 손흥민 선수에게 사과하고 국민들에게도 경솔한 행동을 후회한다는 사과문을 올렸지만, 한창 주가를 올리며 국민들에게 찬사를 받아오던 그에 대한 평가와 지지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그런 상황을 보며 이것이 바로 한국의 정서적 상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성세대가 지향하는 성품과 태도를 지닌 손흥민과 요즘 MZ세대의 당돌한 성품을 그대로 지닌 것으로 보이는 김민재를 보면서 마치 세대 갈등의 축소판인 양 비치는 것입니다.

온몸에 문신을 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김민재와 할아버지의 임종을 못 지킨 것이 안타까워 100호 골을 넣은 후 하늘을 향해 할아버지에게 안부를 전하는 세레모니를 하는 손흥민은 너무나 다른 성향의 젊은이입니다. 누가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단지 다름을 말할 뿐이지만, 그 다른 모습이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여 씁쓸한 느낌입니다.   

이런 두 선수의 대비를 보며 또 다른 운동선수 한 명이 떠오릅니다. 일본의 오타니 선수입니다. 오타니 선수는 진짜 불가사의한 야구 선수입니다. 백년에 한번 날까 말까 한 선수로, 강속구 투수와 최고의 타자를 겸업하는 미국 LA 에인젤스의 일본인 선수입니다. 이 선수가 이룬 업적은 아마 야구 사상 최고의 금자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앞으로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할 업적을 지금도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 선수 인품도 장난이 아닙니다. 한 번도 문제가 되는 일을 만든 적이 없는 모범 청년입니다. 이 선수의 특이한 버릇이 하나 있습니다. 이 선수는 늘 주변에 쓰레기를 주워 담아 갑니다. 투수와 타자 노릇으로도 부족하여 청소원 일까지 자청하는 셈인데, 그 이유는 물었더니 그 일을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데, 남이 버린 운을 자신이 줍는 것이라 합니다. 뭔가 그럴듯한 공감을 주는 사고입니다. 또한 그는 얼마 전까지 일본 차가 아니라 현대 쏘나타를 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문제로 일본에서 난리가 났지요. 그는 쏘나타도 충분히 좋은 차라는 말로 일본인들의 성화를 일축했다지요. 지금은 일본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테슬라를 타고 다닌다고 합니다. 이런 무결점의 청년이 있나 싶습니다.

일본에서는 요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오타니의 정자를 보급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서 일본 열도를 뒤집어 놓고 있답니다.

이 일이 남의 일만은 아닌 듯합니다. 저출산 문제는 우리나라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니 말입니다. 손흥민과 같은 잘 생기고 성품까지 고운 성공한 남성의 정자를 모아 저장하는 방법도 저출산 문제 해결에 좋은 방안이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다는 가정하에, 요즘 젊은이들은 누구를 택할지 궁금합니다. 그들은 늘 손해 보며 사는 듯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찬사를 받는 손흥민을 택할까요, 아니면 몸에 문신을 하며 자기주장을 아끼지 않는 김민재를 택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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