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July 19,Friday

왜 우리는 봄에 나물을 찾나?

나물의 유래는?
우리나라는 농경 생활이 시작되면서부터 이미 나물을 먹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삼국사기를 살펴보면 채소류를 이용한 음식들이 대중화되었고 고려시대에는 숭불사상으로 인해 육식이 금기시되면서 나물의 이용이 크게 늘어났다고 합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자연재해나 전란과 민란 때문에 식량 궁핍을 겪게 되자 서민들은 나물을 더욱더 많이 이용하게 되었고, 일제시대의 보리고개와 해방이후의 전란은 나물을 더욱 더 많이 이용하게 되어서 나물 요리가 현대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나물은 지금이야 건강식품으로 취급하지만. 구황식품으로의 역할이 큽니다. 그래서 먹을 수 있는 식물은 거의 모두 재료로 사용됩니다. 주변에서 채집되는 식물은 물론이고 대다수 문화권에서 가축의 사료로 쓰이는 작물 부산물, 즉 주요 식용 부위인 덩이줄기, 뿌리, 열매 등을 수확하고 남은 작물의 잎, 줄기 등도 널리 사용됩니다 대표적으로는 무청, 우거지, 고구마 줄기, 토란대 등이 대표적입니다.

보리고개로 탄생한 나물
나물의 유래가 된 보리고개는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가을인 9월 아니면 10월에 벼를 추수한 뒤 보리를 심는 이모작을 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보리는 제대로 맺힐 때까지 시간이 긴 작물입니다. 보리는 5월에나 추수를 할 수 있어서 모내기가 시작하는 봄에는 보리고개가 시작됩니다. 해안 지역은 생선이 일년 내내 잡히고, 굳이 생선이 아니더라도 조개나 문어, 오징어, 새우 같은 다른 해산물들도 잡아 먹을 수 있으니 내륙에 비하면 굶을 일은 덜했지만, 근 현대 이전까지는 유통망이 부실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 골고루 분배될 수 없었기에 쌀도 보리도 없는 기긴의 시기가 매년 돌아왔습니다. 사람들은 자연히 허기를 채울 작물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보리가 익기 전까지의 봄철은 한반도의 산야에 널린 나물이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나물과 봄의 관계는 이때 시작되는 것입니다. 겨울 내내 추위를 견딘 새싹을 우리 조상들은 먹어야 했고, 이것이 바로 봄에 나물을 먹는 습관을 확산시킨 계기가 된 것입니다. 한반도는 농사짓기에 주변의 만주보다는 기후가 따뜻해서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최근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토질에 관한 글에서도 한반도가 얼마나 농사짓기 부적합한 땅인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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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토지의 질은 농사에는 적합한 수준은 아닙니다. 특히 7등급의 땅인 산지가 많고 일부 지역에서는 3등급인 하늘색 토지가 있지만, 한국 최대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와 수도권은 5등급일 정도로, 한국 토지의 질은 주변국에 비해서도 좋은 편이 아닙니다. 이러한 이유로 보리고개는 숙명처럼 받아들여졌고, 적합하지 않은 기후와 땅을 활용하면서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의 산물이 바로 나물입니다. 오로지 하늘에 맡겨 농사를 짓던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역사를 보면 보릿고개로 인해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 기아와 역병이 겹쳐 전염병과 아사로 죽는 백성들이 수두룩했다고 전해집니다. 일제강점기에도 보릿고개는 있었고. 그 당시 신문상에서도 보릿고개로 인해 굶주리는 지역 주민들 이야기가 심심찮게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보릿고개는 개국 후1960년대까지 계속됐습니다. 정상적인 먹거리가 사라지면 칡뿌리나 풀뿌리를 캐서 죽을 쒀서 먹거나, 나무 껍질 가운데에서도 주로 소나무 껍질을 많이 먹었다고 할 정도입니다. 구황식물이라는 말이 이렇게 등장합니다. 나물은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라에서는 보릿고개를 대비하는 수단을 마련했는데 그것이 바로 나물 인 것입니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사시사철 구할 수 있는 나물의 재료로는 콩나물, 숙주나물, 시금치, 고사리, 시래기, 취나물 등이 있습니다. 계절 별미로 많이 사용되는 나물의 재료로는 냉이, 두릅, 달래, 씀바귀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일반적인 식용 작물을 나물의 조리법으로 요리해 먹는 경우도 있는데, 무나물, 호박나물, 버섯나물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양한 조리법
재료가 엄청나게 다양한 만큼 조리법 또한 다양합니다. 무나물 정도 되면 이게 과연 나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거칠어 보입니다. 대표적인 조리법은 재료를 그대로 끓는 물에 살짝 데치거나 기름에 살짝 볶아 숨을 죽인 뒤 양념을 해서 무치는 것으로, 이 종류의 나물만 지칭할 때는 ‘숙채’라는 이름이 사용됩니다. 익히지 않고 그냥 생으로 무쳐 내놓거나, 찌거나 삶아서 푹 익히기도 하고 아무 양념도 하지 않고 초장만 곁들여서 찍어 먹는 것도 있고 볶을 때 고기를 넣는 것 요리법도 있습니다. 양념은 주로 간장과 참기름, 된장, 다진마늘, 깨소금 정도가 주로 사용됩니다. 물론 식초나 고춧가루, 초장 등으로 강하게 양념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양념요리의 정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국만의 특이한 음식
외국에서의 식용 식물은 주로 요리해먹는 부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약초나 향신료, 허브로 사용되는 데 비해 한국은 식 문화 전반에서 채집된 식용 식물을 요리를 통해서 널리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만의 특수성이 있는 음식이 나물입니다. 끓는 물에 데치거나, 마늘 같은 강한 향신료를 추가해 식재료의 독성을 최대한 줄이면서 먹을 수 있는 채집 식물은 가능한 많은 식물을 먹기 위해 개발된 고육지책의 산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생산량의 한계 때문에 계절 별미로 소비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특수한 지역의 식문화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적으로 유통된다는 점에서 이례적입니다. 다른 나라에도 ‘산사이’나 ‘허브’처럼 유사한 식문화가 있지만, 한국의 나물만큼 다양하고 체계적으로 발달한 것은 드문 편입니다 오늘날 나물 요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채식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아, 해외의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도 소개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한국의 비만율이 낮은 이유로 비교적 적은 지방 섭취량과 함께 압도적인 김치와 나물 섭취량을 손꼽는 경우가 많을 정도입니다.

생존의 산물이 건강의 산물로 진화했다
나물은 영양소가 다양합니다. 대체로 식용 식물의 잎, 줄기, 뿌리가 재료인 만큼 각종 비타민과 섬유질은 확실하게 보장되고, 한국식 야채 조리법의 특성상 식물을 완전히 익히는 것이 아니고 살짝만 열을 가해서 숨을 죽이는 방식이 대부분이므로 비타민의 파괴도 적습니다. 최소한 채소 섭취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효율성을 자랑하는 음식이라고 볼 수 있고, 다이어트나 웨이트 트레이닝 때문에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하는 사람에게 최적의 요리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나물입니다. 현대인의 문제는 아무래도 고 단백, 고 탄수화물 같은 영양이 과한 음식을 섭취하고, 정작 몸의 건강과 더불어, 영양소를 제대로 챙겨주는 음식은 드물다는 점에서, 나물은 풍요로운 삶을 사는 요즘도 날이 갈 수록 인기가 높은 음식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100여년전에는 살기위해서 쑥, 칡뿌리 같은 구황 식품으로 섭취했던 나물이 지금은 건강을 위하여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조상님 들의 치열한 생존을 위한 투쟁과 더불어, 이것을 피하고 건강에 신경 써야 하는 우리 후손들의 딜레마를 같이 느낄 수 있는 식재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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