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April 22,Sunday

호찌민 전쟁 박물관

 

호찌민 전쟁 박물관

4월30일 베트남 남부 해방기념일 앞두고 지난 역사의 생채기를 애써 대면해본다.
전쟁 박물관은 나라와 시대를 불문하고 기꺼운 마음으로 찾아 지기는 힘들며, 즐거운 나들이도 될 수 없고, 우울한 기분을 전환하기 위한 장소는 더더욱 못된다. 몇 년을 호찌민 생활을 하고도 굳이 이곳만은 멀리 하고 픈 마음에 박물관 기행을 기획하고 몇 회가 지났 것만 미루고 미룬 숙제같은 곳이 바로 여기다. 필자와 같은 무거운 마음을 둔 독자들 계시다면 이번 기회에 한번 발걸음 해보시라 권하고 싶다.
한국에서 어르신들 오시면 필수 관광지에 드는 곳이며 시아버지, 친정 아버지의 그 옛날 청춘이 머물렀을지도 모르는 이곳. 전장의 처참한 광경 앞에서 한참을 말이 없으셨던 아버지가 “미안합니다” 를 눈물과 함께 조용히 읊조리셨던 그곳. 호찌민 전쟁박물관을 더는 도망칠 수 없는 막다른 골목길에 다다른 도망자처럼 4월 30일 남부 해방기념일 이라는 담을 마주하고 방문해보았다.

 

호찌민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전쟁 박물관은 1955년부터 1975년까지 계속된 베트남전쟁 당시의 참혹함을 알리고,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분단된 남북 베트남 사이의 내전임과 동시에 냉전시대에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대립한 대리 전쟁 양상을 띄었고, 1964년 8월부터 1973년 3월까지는 미국 등 외국 군대가 개입하여 국제전으로 치러졌다.

전쟁박물관은 베트남전 때 미군 정보부 청사였던 곳에 베트남전 종전 직후인 1975년 9월 ‘미국과 월남 정부 범죄 전시장’으로 문을 열었다.
1990년 이름을 ‘전쟁과 침략 범죄 전시장’으로 조금 순화했다가 1995년 미국과 외교 관계를 복원하면서 ‘전쟁 유물(Remnants) 박물관’으로 바꿨다.
보통 줄여서 ‘전쟁박물관’이라고 부른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이 베트남에 가했던 잔혹한 행위를 중심으로 전시되고 있는데, 개관 당시에는 한국군과 관련된 자료도 많이 있었으나 1992년 수교 이후 한국군 관련 자료는 대부분 치워졌고 현재는 전쟁 중 5만 명의 한국군이 참전했다는 기록과 전장의 실사를 담은 사진 속 기록물 등 일부 자료만이 전시되고 있다.

정문을 들어서면 앞마당에 베트남전 때 미군이 썼던 헬리콥터·전투기·전차·소총·유탄발사기·대포·포탄 등의 전쟁 무기와 고엽제 피해 등 전쟁과 관련된 각종 화보·스크랩이 전시되어 있다. 전쟁박물관은 1975년 개관 이래 1500만명이 관람했고 2000년대부터는 한 해 50만명이 찾는다. 그 중 3분의 2가 미국, 유럽지역 관람객이다.

1층에는 주로 전쟁을 선동하는 포스터와 신문들이 전시되어 있고, 2층과 3층은 주로 전쟁 당시의 사진이나 기록문서가 전시되고 있다. 그저 정지된 화면의 조각을 보는듯 하나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마주하기 불편한 전쟁의 잔상이 머문다. 사진 속 장면들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 되어있어 다른 전쟁 기념관과는 다르게 전쟁 당시의 절박했던 현장감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

2층 전시관은 벽 전체를 주황색으로 칠해 고엽제의 영어이름 ‘Agent Orange’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미군은 베트남 군인들이 숲에 숨어 게릴라전을 펼치지 못하도록 대량 살상 화학제를 살포했고 숲의 파괴와 더불어 대를 잊는 무서운 고엽제 후유증과 피해를 입혔다. 고엽제 사용 전후의 피해량과 고엽제 피폭으로 인한 질병과 피부병으로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전시관 한 켠엔 베트남 전쟁 당시 부대 배치도가 있다. 우리나라의 맹호부대, 백마부대, 청룡부대와 같은 이름들이 낯설지 않다. 백마부대에서 1972년 전쟁 말미에 탱크포 담당으로 파병됐고 청력을 잃은 고엽제 피해자라는 옆자리 노인 관람객의 눈시울이 뜨겁다. 그들만의 전쟁이 아니었음을 당시 참전 군인 수를 보여주는 표가 말해준다. 미국과 베트남 이외의 국가 중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군인을 파병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미군이 참전한 세계 2차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을 비교한 표를 보면 베트남 전쟁 10여년 동안 세계 2차대전 때보다 3배나 더 많은 폭탄이 투하됐고 비용 또한 두 배로 많이 들었다고 한다.
10여년간의 전쟁 기간동안 미군이 쏟아 부은 폭탄이 1430만 톤, 화학약품(화학무기)이 75만 리터라는 기록, 1968년 3월 베트남 중부의 미라이 지방에서는 하루에 504명의 민간인이 미군에 의해 잔혹하게 떼죽음당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그 밖에 베트남 어린이들이 그린 전쟁 관련 그림과 감옥·포로수용소 등 끔찍한 장면들이 전시되어 있다.

돌아 나오는 발걸음을 다시 한번 멈춰 서게 만드는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 ‘벌거벗은 네이팜탄 소녀’에 시선이 머문다.
1972년 월남 수도 사이공 외곽 마을이 미군 네이팜탄 폭격을 당해 불타자 벌거벗은 채 도망쳐 나와 울부짖는 소녀 사진이다. AP통신 종군 사진기자가 찍어 라이프지에 실리면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반전운동을 북돋웠다. 사진은 정지화면 이었지만 그 순간의 공포와 괴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관람 내내 전시관을 가득 채운 끔찍한 사진들이 시선을 사로 잡았지만 관람객들의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박물관을 들어설 때의 수다와 부산스러움은 사라졌다. 웃음은 거둬 들이고 표정은 심각해졌다. 전시관 안의 침묵과 숙연함이 관람객의 마음을 담고있었다.

전쟁은 참혹했고 인간이 행한 짓이라 차마 말하기 힘든 무자비함이 드러난 역사의 현장이었다. 평화를 위함 이었던, 체제간 잇권 다툼 이었던 전쟁은 인간의 잔혹함을 자연스럽게 행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듯하다. 4월 30일 남부 해방기념일을 앞두고 찾은 ‘전쟁 박물관’은 ‘죽도록 처절하고 아팠던 베트남의 한 때’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홍글씨처럼 새기고 있다.

주소 : 28 Võ Văn Tần, P.6, Q.3, Hồ Chí Minh
전화번호 : 028-3930-5587
홈페이지: www.baotangchungtichchientranh.vn
영업시간 : 07:30~12:00 / 13:30~18:00
휴관: 월요일 / 입장료 : 40,000V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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