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May 21,Monday

옷잘 다려주는 예쁜 누나

지난달 개인사정으로 글을 적지 못했다. 그 당시 주위에서 이번 호는 미투에 대해서 적어야 한다고 말들이 많았지만 나 역시 과거가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는지라 미투에 대해서 적으려고 생각 해 본적은 없었다. 호찌민에 있는 어떤 은행 지점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사건이 보도된 날, 늦게 귀가하여 두 시간 동안이나 부인에게 미투 관련 교육을 받았다고도 했다. 물론 베트남은 인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다행인지 몰라도 교민이면서 남자인 사람들은 오른손과 왼손 그리고 말이 나오는 입을 조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오늘 글을 적으려니 미투는 오간 데 없고 온 나라에 대한항공 언니들의 갑질만이 난무하다. 두려운 것은 이 언니들의 갑질 마저도 미투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관심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 갑질 사건이 바람처럼 다 사라지기 전에 이름이 있는 교민님들은 한번쯤 주변을 돌아봐야 할 듯싶다. 물론 이름없는 나도 베트남에서 살아가기에 한번쯤 주변을 돌아봐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주변 정리와 청결부분에서는 너무나 게으른 편이라 대학 시절에 같은 하숙을 하든 친구가 두 손 들고 집을 나가버린 적이 있었다. 샤워를 하고 수건을 사용하면 세면대위에 그대로 두고 나온다던가, 스킨을 바르고 난 후 뚜껑을 닫지 않는 사소한 게으름 때문에 한국에 있을 때 나의 배우자 이신 김여사가 “따라 다니면서 치워야 한다”고 그녀의 시어머니에게 푸념을 한적이 있었는데, 그녀의 시어머니이자 나의 어머니인 배여사는 “알랄 때부터 손이 너머 많이 갔는데 니게 보내서 내가 미안타” 라고 말 한적도 있었다.

정리 하지 않는 주변을 두고 사는 그 버릇은 베트남에서도 전혀 고쳐지지 않았기에 퇴근하여 출근하는 그 몇 시간 만에 난 매일 집을 폭격 맞은 듯이 해놓고는 다음날 회사로 사라지곤 한다. 옷 잘 다려주는 예쁜 누나가 내가 출근하고 없는 사이에 폭탄 맞은 집을, 내가 집에 처음 들어올 때처럼 매일 말끔하게 정리 해놓고 사라진지도 4년이 넘었다. 집뿐만이 아니고 내가 입고 나갈 옷까지도 칼처럼 다려놓고, 내가 집에 들어 오기 전에 그녀는 사라지기에 난 그녀를 우렁각시를 줄여 ‘우렁’ 이라 부른다. 난 ‘우렁’ 이라 부르는 그녀를 몇 번 본적이 있지만 아직도 그녀의 이름은 알지 못한다.

그녀를 우연히 집에서 처음 봤을 때 예쁜 누나처럼 생겼다고 생각했지만, 우리직원 말로는 나보다 인생을 몇 년이나 적게 살았다기에 그녀의 젊은 시절 고생과 지금의 어려움을 상상 해 본적이 있었다. 그녀가 우리 집에 출근할 때면 남편의 오토바이 뒤 자석에 타고 온다고 내 차를 운전하는
‘토안’이 나에게 말해 주었을 때 나는 그녀의 남편 직업이 ‘백수’ 일수도 있겠구나 생각 해본 적이 있었다.

2년 전인가 토마토 주스를 아침에 마실 수 있도록 부탁한적이 있었는데 그녀는 내가 주스를 마시는 것과는 상관없이 매일 냉장고 속에 한 컵씩 갈아 놓았기에 어떤 날 토마토 주스 잔이 8개가 된 적도 있었지만 그 다음날도 주스를 만들어 놓을 것 같아 “나는 이제 토마토 주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초보 수준의 베트남어로 그녀에게 말한 것이 지금 까지 그녀와의 대화 중 가장 긴 대화인 듯싶다. 말이 통하지 않지만 옷 잘 다리는 그녀는 나를 항상 멋쟁이로 만들어 아침에 출근을 시킨다. 난 아침에 그녀가 잘 다려놓은 여러 옷 중에서 선택하여 입고 나올 뿐이지만 나의 뽀대는 옷 잘 다려주는 그녀 때문에 항상 살아 있는 듯하다. 그녀는 정리되지 않은 나의 주변을 항상 내가 없는 동안 정리를 하고 내가 입을 옷을 칼처럼 다려 놓고 가기에 옷 잘 다리는 예쁜 메이드에게 아직까지 갑 질을 해본 적은 없는듯하다. 그렇지만 4년동안 이름을 모르는 것도 갑 질 일 수 있기에 내일 회사에 출근하면 직원에게 옷 잘 다려주는 누나의 이름은 꼭 물어 봐야 할 것 같다.

‘토안’이 내 차를 운전하기 시작한지가 벌써 5년이 넘었다. 사업초기에 렌트 차를 주문했는데 그가 렌트카에 따라왔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내가 그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고 난 다만 렌터카를 선택하였고 그는 렌터카와 함께 왔다. 렌터카 보다 차를 구입해서 타면 3년만에 차 값을 번다는 말들이 우리들이 사는 동네에 말처럼 돌아 다녔기에 3년 전 차를 구입하면서 토안은 자연스럽게 렌트카 회사의 직원에서 우리회사의 직원이 되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찐한 담배 냄새가 베어 나기에 담배를 많이 피우는 성격은 좋은 아저씨처럼 생겼다고 생각했고 그 담배 많이 피우고 성격 좋은 아저씨는 지금까지 나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내가 토안에게 어디를 가자고 할 때 “디 꼼띠 가자”라고 베트남 말과 함께 한국말을 썩어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 차를 처음 타는 손님이 있을 때는 어디로 가자고 말한 후에 꼭 “토안이 나보다 4살이 적다”고 설명을 해준다. 왜야 하면 4살이나 적은 토안이 담배를 많이 피워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여 손님들이 나를 버릇없는 놈으로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보다 많아 보이는 외모와 상관없이 성격 좋은 그가 나와 같이 일 한지 5년이 되도록 나는 단 한번도 화를 내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베트남에 있는 어떤 대형 신발회사의 임원이 “베트남사업 성공의 첫걸음은 운전기사를 잘 만나는 것이다” 라고 했다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난 베트남에서 사업 성공 조건을 이미 갖추었다고 볼 수가 있다. 그리고 하루 일과중 나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가장 많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성격 좋은 그의 완벽한 보호를 받고 있기에 내가 그에게 갑질을 해본 기억은 없는 듯하다. 물론 담배 냄새 때문에 상당히 많은 잔소리를 하는 편이지만 토안이 내게 주는 중요성이 워낙 크기에 담배로 인한 갑질도 얼마 남지 않은 듯 하다.

베트남사회도 산업사회로의 빠른 발전과 Grab 같은 신종 직업 때문에 전속 메이드와 전속 운전 기사에 종사하려는 사람이 빠르게 줄고 있는 듯하다. 이제는 마음 맞는 메이드와 운전기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에 사용자의 갑질이 문제가 아닌 듯싶다. 아마 우리 집의 옷 잘 다리는 예쁜 메이드나 담배는 많이 피우지만 성격 좋은 우리 운전기사 같은 분을 만나기는 점점 어려워 질것이다. 이제는 정말 갑질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그들을 존중해주고 있느냐의 문제 일듯 싶다. 나도 존중 하는 의미에서 옷 잘 다리는 메이드의 이름을 빨리 외워야 할 것 같고, 운전기사의 담배 냄새가 싫긴 하지만 앞으로는 토 달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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