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May 27,Friday

때가 있다면 지금은 놀 때

3,4월은 새 학기의 기쁨과 동시에 우리 자식 학교 생활 잘 하고 있나 하는 걱정도 함께 한다. 올해 아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친한 언니가 학습과 관련한 동영상을 하나 보내주었다. 물컵실험인데, 물의 양이 컵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대로 보존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때 학습이 의미가 있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때에 이루어지는 조기교육은 아무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실험은 이러하다. 소주잔 2개에 가득 물을 부어 아이에게 보여준다. “둘은 똑 같은 양이야”, 그런 다음, 소주잔 1개의 물을 큰 물잔에 그대로 부으면서 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소주잔과 큰 물잔에 든 물의 양을 비교하게 한다. “자, 00아, 어느 쪽 물잔에 물이 더 많지?” 이때 둘의 양이 같다고 하면 질량 보존의 법칙을 알고 있으며 논리적 추론이 가능하다는 것. 큰 물잔의 물이 더 많다고 대답하면 아이는 아직 논리의 세계가 아닌 상상의 세계에 있으므로 학습이 이해를 통한 것이 아닌, 외우기식 학습이므로 상상의 세계에 있는 아이에게 너무 과한 학습은 좋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이 실험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인지, 어느 정도 공신력을 갖춘 실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실험이 쉽고 재미있어 나도 한 번 해 보았다. 시연이를 먼저 불렀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큰 물잔의 물이 더 많다고 한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가서 더 놀도록 하여라. 다음은 읽고 쓰기를 제법 하는 시우를 불렀다. 혹시 시우가 ‘똑같아요’라고 대답하면 어떡하지? 당장 한국 가서 영재 테스트라도 받아봐야 하는가? 하는 순진한 기대감도 조금 갖고서…… 하지만 시우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큰 물잔의 물이 더 많다고 대답했다. “아니, 시우야, 이 큰 물잔의 물을 소주잔에 부으니까 소주잔 두 개의 물이 똑같지? 자, 다시 큰 물잔에 부어볼게. 어디가 더 많지? 똑같지는 않을까? (유도성 질문까지…)” 그러나 “큰 물잔이 더 많지” 라고 답했다. 보통 7~8살 전후로 물의 양이 같다고 대답한다고 하니, 우리 아이들이 큰 물잔이라고 대답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인데, 실험을 할 때에는 혹시나 둘 중 하나라도 논리의 세계에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 했으면, 머리가 좋았으면 하는 기대감이 잔뜩 들어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래, 아직은 아니구나. 시연이와 시우는 상상의 세계에서 살고 있구나. 그래서 시연이는 빨리 공주가 되고 싶고, 시우는 지구만큼 우주만큼 키가 크고 싶다고 하는구나. 상상의 세계에 있는 우리 아이들은 대배우들이다. 방금까지 ‘나는 선생님이고 너는 학생이야, 자 따라해 봐’ 하더니 어느새 ‘엄마와 아빠’가 되어 있다. 아빠인 시우는 쇼파에 눕더니 ‘아빠가 돌아가셔서 하늘 나라에 있다’고 말하고, 조금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니 엄마인 시연이는 ‘아빠, 이제 살아나셨어요?’ 한다. 환상의 부부다. 아들은 한 순간에 공룡이 되었다가, 막대기 짚고 할아버지가 되었다가, 로켓 부스터가 되어 우주까지 날아갔다 왔다 한다. 딸은 라푼젤이 되고 싶어 미용실에 가서 인생 첫 파마를 했지만, 라푼젤이 안 됐다며 머리 다시 풀어달라고 미용실에서 울기도 하고, 시크릿쥬쥬 언니들이랑 같이 동화나라로 가고 싶다고도 한다.

그래 이게 6살 유치원생다운 모습이지. 이 상상의 시대는 너희들이 크고 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세계이니,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웃고 떠들어라. 때가 되면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맞는 지 알 수는 없으나, 지금은 시연이와 시우가 신나게 놀 때라는 것은 확실한 듯 하다. 건강하고 즐겁게 놀다 지쳐 잠든 모습을 보니 내 아이는 잘 때가 가장 예쁘다는 어른들의 말씀 또한 틀린 말이 아니다. 엄마가 가장 행복하고 사랑스런 눈으로 쳐다볼 때는 바로 너희가 자는 시간이니, 앞으로도 신나게 뛰어 놀다가 지쳐 잠드는 날들이 더욱 많았으면 좋겠다.

내일도 눈 뜨면 숨바꼭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퍼즐맞추기, 그림그리기 등의 순서를 거쳐서 역할놀이도 하게 되겠지. 엄마는 나쁜 늑대, 신데렐라 계모, 괴물 역할을 맡을테고. 사실 매번 건성으로 소리 한 번씩 질러주거나, 입을 크게 벌려주거나 하는 정도 밖에 안 하지만 그것도 무섭다고 도망치고, 마녀 흉내 한 번에 깔깔깔 넘어가는 너희들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도 너희들이 상상으로 맡겨 준 그 역할에 좀더 충실해져 볼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그런데, 엄마도 좀 착하고 예쁜 역할 시켜주면 안 되겠니? ♥

 


J.Saigon | #호치민 #육아 #남매 #쌍둥이맘 #10년차 #별의별 경험 #육아책 읽는 #전공은 문학 #알고 보면 체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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