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October 23,Friday

아이와 함께 자라는 어른, 어른과 함께 자라는 아이

우스갯소리로 흔히들 자식을 길러보지 않았으면 어른이라고 할 수 없다고들 합니다. 두 딸을 큰 어려움 없이 키웠던 저로서는 아들 둘, 셋이 있는 엄마들을 만나면 항상 존경한다는 말을 꼭 건넵니다. 아들과 딸은 분명 다른 무엇인가가 있거든요. : )

예전에 재미나게 보았던 ‘응답하라 1988’ , 이 드라마에서 아버지(성동일)가 딸 덕선(이혜리)에게 하는 대사가 생각나네요. 둘째 딸로서의 서러움을 쏟아내던 덕선이에게 한 말이었죠.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니까, 우리 딸이 쪼까 봐죠~’ 이 말이 어찌나 마음에 와닿던지요. 맞습니다. 부모도 부모 역할이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있고, 그래서 아이들이 자라는 것처럼 어른도 진정한 어른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성장 단계에 따른 부모의 역할
제가 주로 함께 일하고 있는 연령대는 만 12개월 – 6세까지입니다. 이 연령은 생존을 위한 실질적 능력, 예를 들면 스스로 제 몸을 돌보고, 언어를 습득하며, 사회성을 기르는 등의 아주 중요한 능력을 습득합니다. 이와 더불어 윤리와 사회적 규범, 공감을 배우며 기본적인 인성을 만들어 나갑니다. 즉 영유아기의 아이들에게 있어서 부모는 안전하고 교육적인 환경을 마련해 주고 긍정적인 애착관계를 유지하면서 훈육자로서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의 실수 중 하나는 아이의 발달 과정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훈육 방법을 혼동하는 경우입니다. 이미 걸음마를 떼고, 울음보다는 말로 의사 전달이 가능한 연령임에도 불구하고, 갓난 아기 대하듯 하다 보면, 걸음 등의 대근육 발달도 원활하지 않고, 혼자서 밥을 먹지도 못합니다. 말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음에도 울음이나 떼를 쓰는 방법을 쉽게 사용합니다. 의외로 이런 발달 지체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자신의 아이가 그런 상태인지도 인지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조금 활발한 아이’ 혹은 ‘아이가 그럴 수도 있지’라는 안일한 부모 훈육 태도는 성장기 아이의 발달과정을 힘들게 합니다.

신체, 인지 발달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실 사회성 발달을 돕는 것입니다. 이 또한 각 발달 단계별로 다른 역할을 요구하게 되는데, 영아기에서는 애착관계 형성에 주안점을 두고, 유아기에서는 타인을 배려하고 건강한 관계 형성을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래서 유치원에서 훈련을 제일 많이 해야 하는 것은 바로 친구 사귀기입니다. 특히 형제자매가 없는 아이의 경우, 어른들과의 상호 관계와는 다른 또래관계를 잘 맺는 방법을 익히기에 초점을 두어야 하지요. 어른이 무조건 해결해 주기보다는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볼 수 있도록 격려해 주어야 합니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들어서게 되면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율성을 인정하지만, 또한 책임도 질 수 있는 독립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로서의 부모 역할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주요 역할이 혼동이 되면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유아기에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자 하면, 버릇없는 아이로 자라기 쉽고, 청소년 자녀에게 훈육자로서 다가가면 자녀는 부모와 대화조차 하고 싶어 하지 않게 되죠.
정리하자면 영아기에서 부모의 역할은, 보모로서 안전한 환경과 신체발달을 돕고, 유아기에서는 훈육자로 기본적인 인성을 만들어주며, 아동기, 청소년기에는 친구 같은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어른으로서의 첫 발걸음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죠. 기나긴 입시 지옥을 빠져나와 꿈을 펼쳐보겠다는 설렘과 당찬 포부로 대학 생활을 시작했던 게 벌써 20년이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내 자녀의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나이가 되었네요. 2021-2022 해외 대학 지원을 한다면 지금부터 등록 오픈이 시작돼서 12월이면 원서 마감을 합니다. 물론 내년 6월까지도 가능한 대학들도 있지만요. 올해 12학년들은 물론이고, 내년의 신입생들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많은 변수들이 있었기에 아이들의 대학 입시는 어느 해보다도 치열하고 어려워 보입니다. 이제 성인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대학, 혹은 취업이라는 인생의 최대 이벤트가 다가옵니다.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하기에 스트레스가 없을 수가 없겠죠. 그 스트레스를 최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도 지나고 보니, 전공을 바꾸는 것도 직업을 바꾸는 것도 삶을 길게 두고 보니 그렇게 큰일이 아니더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행복이나 혹은 불행이 긴 인생의 타임라인에서는 반대로 되기도 하죠.

바닷가재 이야기
어른으로 첫 발걸음을 준비하는 모든 수험생들에게 이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습니다. Abraham Joshua Twerski (미국 정신과 의사) 가 본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입니다. 바닷가재는 부드러운 몸에 딱딱한 껍질을 가지고 있는데, 몸이 자라면서 딱딱한 껍질이 작게 느껴지면, 압박을 받고 아주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때 가재는 기존의 껍질을 버리고, 새로운 껍질을 만들게 되죠. 하지만 또 가재의 몸이 자라게 되면 새로운 껍질을 다시 만들어야 하고, 이런 과정은 죽기 직전까지 계속 반복이 됩니다. 바닷가재가 자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몸을 조여오는 불편함이었습니다. 만약 가재에게 의사가 있어서, 불편함을 느끼지마자 신경 안정제를 처방받아 그 불편함을 해소해 버린다면 가재는 결코 자신의 껍데기를 버리지 않겠죠.
이처럼 우리에게 일어나는 스트레스는 바로 성장할 때가 됐음을 의미합니다. 즉 역경은 성장의 시작점인 것이지요. 우리 아이들이 성장의 시작점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부모로서 우리는, 낡고 작은 껍질을 버리고 새로운 껍질을 갈아타는 그 순간을 조금 더 안전하게 지켜주고, 용기를 주는 조력자가 되어 주고자 합니다. 아이 인생과 꿈을 훈육하고 재단하려 하는 부모 역할 말고요. 한국에서 의대생 부모님들이 국가시험 재응시 문제로 항의 전화를 했다는 뉴스를 보니, 이건 아이의 껍질을 바꾸게 도와주기는커녕, 부모들이 껍질을 채서 들고 가는 모양새구나 싶었습니다. 아이가 커가는 만큼 어른들도 어른답게 성숙해 져야하지 않을까요. 저도 최소한 우리 아이들에게는 존경받는 어른이 되기 위해 오늘 하루를 되돌아봅니다.

saigon montessori
international kindergarten
T. 077 898 1272

줄리아 리 (Julia Lee)

현 Saigon Montessori International
Kindergarten Director
현 Vietnam Montessori Institute
Founder & Director
국제 몬테소리 교사 (MIA), MIA 및 PNMA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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