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September 23,Thursday

아들의 귀환

반지의 제왕 시리즈 마지막 편이었던 ‘왕의 귀환(The Return of the King)은 너무나 인상 깊었습니다. 저만 그랬던 것은 아닌 듯합니다. 당시 흥행 수익으로 세계 2위를 기록했을 정도였으니까요. 반지의 제왕은 J.R.톨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제작된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피터 잭슨이라는 감독의 이름과 함께 판타지 영화를 역대급 영화의 수준으로 높여준 작품이었습니다. ‘반지 원정대’, ‘두 개의 탑’에 이어 ‘왕의 귀환’에서 정점을 찍은 서사는 완벽했고 전투는 장엄했습니다. 그렇게 세계는 평화를 되찾고 비어 있던 왕국에 왕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왕의 귀환’이 아니고 ‘아들의 귀환’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아들의 귀환 맞습니다. 아들이 2019년 10월 1일 입대를 했는데 2021년 2월에 전역을 했습니다. 아들의 입대에 관하여 ‘군(軍)에 보내던 날’이란 제목으로 칼럼을 쓴 기억이 있습니다. 2019년 10월 발행된 씬짜오베트남 407호였습니다. 그런데 눈치 빠르신 분들은 바로 말씀합니다. 너무 빠른 거 아냐? 네, 18개월 군 생활을 해야 하는데 16개월 만에 복무를 마쳤습니다. 국토 방위에 혁혁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로지 코로나바이러스 탓입니다.
아들이 입대하여 자대배치를 받고 좀 익숙해지려고 하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터졌습니다. 곧 잠잠해지리라는 기대와 달리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 갔고 군부대 내에도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베트남에 있는 부모 마음도 편하질 않았습니다. 그래도 외출 및 외박금지, 휴가금지 등 군대 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으려던 치열한 노력 덕분에 그나마 군은 상대적으로 안전지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아들이 휴가를 나올 수 없음은 당연했고 저희 역시 면회는 엄두도 못 냈습니다. 발이 묶인 아들 얼굴 보러 가자니 항공편이 없었고 어찌어찌 해 간다 한들 외출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것마저 감수한다 해도 베트남 돌아와서는 격리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니 가끔씩 전화로 아들 목소리 듣는 것이 유일한 연결의 통로였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인 날이 어느새 16개월이 되었습니다. 그러더니 부대를 나와야 한답니다. 휴가를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복무기간이 단축되어 부대 내에 있을 수가 없답니다.
군인 신분이되 병영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공식적인 전역일인 4월까지 외부에 있어야 한답니다. 그래서 실제 복무가 단축되는 희한한 일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걸 드러내 놓고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큰 사고 겪지 않고 군 생활을 마치니 속 마음으로는 좋은 게 맞습니다.
이러고 보니 아들이 그나마 안전하게 군복무를 마치게 된 일등공신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바이러스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2021년에는 이 바이러스 얘기가 없기를 바랐음에도 이렇게 우리 가족 일상에 어느새 들어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바이러스 때문에 큰 일이다 싶었는데 신천지 확진으로 난리 친 험한 시간 동안 군에 있어 다행이었고, 다행이다 싶었더니 바이러스 때문에 면회 한번 갈 수 없었으니 어이가 없었고, 휴가 나오면 베트남으로 오라 했던 말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사건이 쌓여 복무 단축이 되었으니 결국 새옹의 말과 같이 되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여전히 계속될 것 같습니다. 지난 2020년은 정말 황당했습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스러운 것을 ‘듣보잡’이라 한다더군요. 코로나바이러스가 바로 그 듣보잡 중에 듣보잡이었습니다. 그런 듣보잡이 아주 익숙한 이름이 되었습니다. 이젠 익숙함을 떠나 아예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을 거라는 소식도 있습니다. 끔찍한 동거인이 될 모양입니다. 백신이 나왔다지만 기세는 여전합니다. 심지어 변종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러니 올해도 그리고 내년도 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떼어내고 살기는 어려울 성싶습니다. 이미 이 바이러스는 세상을 바꾸고 삶의 모양을 바꾸었습니다. 어린아이도 마스크를 쓰는 것을 익숙하게 여길 정도니 말하면 무얼 하겠습니까. 그런 바이러스가 군대의 복무 기간에도 영향을 미친 셈입니다. 그런데 또 4차 확산이라니….

국가에 아들을 맡긴 부모가 어디 저 뿐입니까? 당사자이건 부모이건 할 수만 있다면 가고 싶지 않고 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 군대라지만 그래도 국민 된 의무로 이 일을 감당하는 거지요. 그러므로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보낸 부모님들도 그렇지만 부대 안에서 장병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느라 애쓰신 군인들께 특별히 감사합니다. 그 분들 이야말로 정말 고생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 터지면 부모들에게 욕 먹고 북쪽에서 엉뚱한 짓 하면 야당에 휘둘리고 그렇지 않을 때는 폼 잡는 여당 인사들 때문에 구설수에 올라야 하니까요.
게다가 이런 코로나바이러스 시국에는 모두의 걱정이 더해지니 얼마나 어려울까 싶습니다. 자식을 맡겼던 우리라도 그들의 보이지 않는 국가에 대한 충정과 노고를 격려해 주는 게 옳은 듯합니다. 정말 애쓰셨고 감사합니다.

그런데 하나가 마무리되니 또 다른 시작이 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니 인생이 한편의 여정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1편 반지 원정대를 마친 것과 같습니다. 군 복무는 한국의 아들들에게 성인식과 같습니다. 이제 보다 직접적이고 진지하게 그들의 인생이 그들의 앞에 좌정하고 앉아 있음을 마주 보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스토리인 두 개의 탑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선택해야 할 미래가 있습니다. 두려워 피할 수도 없습니다. 부모 뒤에 숨을 수도 없습니다. 이제는 분명하게 바로 보며 한 자연인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가야 할 것입니다. 마주한 인생을 통해 안개가 낀 듯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알 수 없는 길로 홀로 들어서야 합니다.
아들은 베트남으로 들어오기 위해 기약 없이 대기 중입니다. 백신 접종과 변종 발생의 소식들이 어지럽게 뒤섞인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도 저도 못하고 있습니다. 확찐자 중의 확! 찐자가 되었다고 투덜거리지만 본인도 자유인이 되니 좋은 모양이긴 합니다.

이제 곧 아들의 귀환, 아니 귀가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돌아왔다면 다시금 떠날 때가 왔음을 아는 것이 지혜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흉흉한 가운데에서도 성실히 군 복무를 마친 대한민국 아들들의 새로운 인생 길로의 출발을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합니다.

夢先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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