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6,Friday

한주필 칼럼-한탄 주

이글을 쓰고 있는 9월 마지막 날에는 각종 단톡방에 희망 섞인 대화가 한창입니다. 마치 감옥에서 석방될 날을 하루 앞둔 사람들처럼 들뜬 심정이 여기저기서 피력됩니다.

참 지옥 같은 수개월 동안의 봉쇄였습니다. 그런 봉쇄를 거치고도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자유의 몸이 된다는 것이 이리 좋은 것인지 새삼 실감합니다.

이런 시간을 보내고 많은 것을 느낍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나라에 대한 기대가 일정부분 무너진 것이 안타깝습니다. 예상치 못한 불의의 사태를 대처하는 이들의 능력이 그리 유능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 감정은 앞으로 이곳에서의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평상시는 괜찮을 수 있지만 비상사태가 빈번히 일어날 수 있는 미래의 지도에서는 이들의 영역이 그린으로만 표기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이미 지루한 기다림으로 까맣게 타 들어간 가슴이지만 그래도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을 실상을 배웠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세상은 어려움을 통해 배우게 되나 봅니다. 평생 한번도 겪지 못한 경험을 이곳에서 생생하게 겪었다는 것은 이곳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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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려움을 겪으며 이제서야 조금 보이는 듯합니다. 우리 삶에 무엇이 중요한지 아닌지 말입니다. 인생은 움직이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죠. 몸으로 움직이며 사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머리로만 생각하며 사는 일은 시체와 다름없다는 것을 깨우쳤습니다.

이제 근근이 기어와 도착한 출구 빛을 마주하고 그간의 시름을 털어내는 한탄 주 한잔 마셔야겠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는데 인내하는 의지만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니 이제 지난 추석 때 해병대 전우회에서 보내준 소주 한 잔 마시며 그동안 꽁꽁 묶인 마음을 풀어놓으려 합니다.

술은 포기다.

술은 용서다

술은 용기다.

술은 화해다.

술은 미소다.

술은 나를 바보로 만든다

속없는 바보 말이다.

소인은 섭섭함을 기억하고 대인은 은혜를 기억한다고 하지요.

이제 이미 보낸 세월의 섭섭함을 털어내고 그동안 우리가 받았던 은혜만을 기억하며 새로운 일상으로 뛰어들어야 할 때입니다.

모든 이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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