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July 6,Wednesday

몽선생( 夢先生)의 짜오칼럼- 청년들에게

 

한 때 호찌민 거리에 한국 청년들이 눈에 치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청년 실업이 사회 문제화되자 많은 한국 기업들이 활동을 하는 베트남이 대안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제 메일계정으로도 한 달에 두세 번은 청년 취업과 관련된 소개 메일이 들어오곤 했습니다. 거기에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소정의 언어 교육을 마친 청년들의 프로필이 담겨있었습니다. 이들을 계약직으로 우선 채용하고 서로 간에 합이 맞으면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구조였습니다. 대학교에서 직접 안내문을 보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교 졸업예정자들을 소개함은 물론 학교가
이들의 자질을 보증한다는 문구도 빠지지 않고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업을 위해 입국하는 가장 적극적인 케이스는 아예 베트남으로 유학 와서 대학생활을 하고 현지에서의 취업을 꾀하는 경우입니다. 대학 졸업장과 취업의 두 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학교 베트남어학과는 이와 같은 수요에 제일 적합하여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과가 되었습니다. 청년들이 한참 몰렸을 때에는 경쟁률이 높아져서 단번에 입학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대란(大亂)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한국의 청년실업문제가 만들어낸 글로벌한 현상이었습니다.

그런데 COVID-19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고 생활도 쉽지 않자 많은 수의 청년들이썰물 빠지듯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수업도 온라인으로 하는 마당이니 베트남에 머물러 있는 것보다 돌아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거리에서 보는 청년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호찌민시로의 러시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닫혀 있던 문이열려가니 곧 예전의 상황이 재개될 것이 확실합니다. 한국의 청년 취업률이 개선되지않고 기업의 탈한국이 여전하며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의 잠재성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지 않는 한 호찌민시로의 대
학 입학은 가능하고 수월한 선택지 중의 하나로 여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베트남은, 아니 호찌민시는그들 모두에게 여전히 밝은 미래가 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렇게 되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개될 그들의 베트남행에 대해 짙은 우려가 그늘이 되어 마음을 덮는 것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혹여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충고를 남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부터 ‘그들’ 을 ‘여러분’이라고 부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먼저 베트남어를 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 라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베트남어를 잘하는 것은 더이상 필살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중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중국어에 더욱 유창했던 조선족 형제들이 세련된 매너를 갖추고 지식을 더했을 때 그곳의 한국기업들은 누구라도 그들을 먼저 선택하기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도 한국학과, 한국어학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유학파 베트남 청년들이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이미 이중 언어의 조건을 타고 난 한베가족의 자녀들이 청년세대를 이룬다면 지금까지 같이 베트남어 하나로 얻는 프리미엄은 잠시 후면 사라질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그들은 여러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한때 어떤 베트남어학과 청년들이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단기에 높은 수당을 받는다고 자랑하는 것
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통역 알바를 하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 아닙니다. 그건 잠시의 호구책이며 COVID-19 한 방에도 나가 떨어지는 일자리일 뿐입니다.

그러려면 출발선이 분명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왜 여기에 왔는지를 직시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인사대나 여타 대학의 베트남어학과에 입학하기 위해 온 여러분은 한국에서의 경쟁이 어렵기 때문에 이 곳을 차선책으로 선택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곳은 배수진을 치고 싸워야 할 곳 입니다. 이 곳에서 물러서면 갈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공부 해야 합니다. 그러니 지금 자기 발걸음이 레탄똔 뒷거리 포
차집을 헤매고 있거나, 해피밸룬을 불며 부이비엔의 어느 클럽에서 즐거워하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얼른 털고 일어날 일입니다. 불과 2, 3년 뒤에 흘린 눈물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길은 하나입니다. 실력을 갖추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그 실력은 시장이 요구하는 실력이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시장을 알고 시장의 요구를 이해해야 합니다. 베트남어가 아니라 베트남학에 전문화된 인재가 되어야 합니다. 베트남어는 성벽의 하부를 버텨주는 주춧돌과 같습니다. 가장 기초이고 중요합니다. 하지만 전부가 아닙니다. 베트남어의 기초 위에 베트남을 아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언어 능
력을 통해 체제의 다름을 파악하고 사회를 이해하고 문화를 존중하는 가운데 지식과 경험의 성벽을 쌓아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것이 여러분의 견고한 성이 될 것입니다.
이 성은 여러분을 시장 내외의 경쟁자들과 구별 지을 수 있게 합니다.

한국에 있는 경쟁자들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베트남사람들은 여러분이 가진 모국어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넘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에게 주어진 4년의 시간이 이 일을 달성하기에 충분할까요?

취업을 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취업의 기쁨이 가라앉기도 전에 여러분을 기다리는 지독한현실과 마주해야 합니다. 출근 첫 날부터 현채직원이라 불리는 애매한 차별의 뉘앙스를 극복해야 합니다. 한국인이고 같은 일터에서 근무하는 데도 불구하고 본사에서 파견된 이들과의 사이에 묘한 거리감을 느껴야 합니다. 그렇다고 베트남 직원들은 다를까요? 그들은 거꾸로 여러분이 본사 채용자에게 가졌던 박탈감을 여러분에게서 느낄 수 있습니다. 베트남도 잘 모를 뿐 아니라 언어도 잘 구사하지 못하면서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자기들보다 놓은 연봉과 지원을 받는 것을 볼 때마다 그들 안에 쌓여가는 불만은 여러분을 향하게 됩니다. 그것이 냉정한 현실입니다 .
그러므로 여기에 여러분의 장밋빛 미래가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졸업만 하면, 취업만 하면 다 될 것이란 낙관이 오해라는 것은 생각이 일인치만 있어도 알 수 있습니다. 이 곳 역시 치열한 생존 경쟁의 장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몹시 어렵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이 만만해 보여도 한 꺼풀 알고 들어가면 우리는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여기가 그들의 세계이기에 그렇습니다. 게다가 시스템적으로 베트남 사회는 점점 외국인들에게 진입 문턱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사회와 경제 발전에 유익이 되는 사람들을 가려 내기를 원합니다. 지극히 당연한 절차입니다. 그러니 정신을 똑바로 차리십시오. 여러분의 현재는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다만 가능성이라는 옵션을 선물할 뿐입니다. / 夢先生

 

 

 

박지훈
건축가(Ph.D),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정림건축 동남아사업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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