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6,Friday

한주필 칼럼 –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에 있는 송곳은 감추어도 드러나기 마련이란 말로, 뛰어난 재주는 언젠가 드러난다는 말입니다. 

요즘 우리 한국인의 자질을 보면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방면에서 한국인의 뛰어난 자질은 누가 추천하지 않아도 스스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세계를 리드하는가 하면, 예술계에서의 뛰어난 인재들의 능력을 한류를 통해서 만천하에 보여줍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한국 음악인들의 솜씨는 거의 군계일학의 모습을 보입니다. 그나마 신체적인 능력을 겨루는 체육계에서는 체구의 차이로 전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힘들어도 개인의 기량을 겨루는 경기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특히 여자들의 경우는 이미 세계를 석권한 종목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개인 기량을 겨루는 양궁, 탁구, 골프 등인데 여자 골프의 경우, 한동안 전 세계에 겨룰 나라가 없을 정도로 한국 낭자들이 우수한 솜씨를 발휘하며 미국의 LPGA 리그를 맥 빠지게 만들더니 요즘은 절박감이 사라진 듯합니다. 열기가 수그러드니 자연스럽게 성적도 하향세를 보입니다. 요즘은 여자 골프 대회에서 한국 선수의 이름을 선두권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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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낭자들, 이제 이룰 것을 다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좀 섭섭하긴 해도 그들의 여유를 인정해야 하는 시기가 온 듯합니다. 이미 가진 재주를 다 드러냈으니 예전처럼 아등바등 매달리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는 여유를 즐기면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길 기대합니다.   

그런 여성 골퍼들의 두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성 골퍼의 활약은 미미했었습니다. 단지 최경주가 죽고 살기로 덤벼들어 가끔 기쁜 소식을 국민들에게 전했지만, 그 외에 별다른 관심을 부른 남성 골퍼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눈을 크게 뜨게 만드는 일이 벌어집니다. 

남자 골프 선수들이 미국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호성적을 보여준 선수는 24살의 임성재였습니다. 몇 년 전 마스터스에서 준우승하고, 가끔 일반 경기에서도 우승컵을 안으며 가능성을 보여주며 자신의 재주를 뽐내곤 했지요. 그러더니 이제는 임성재, 한 사람만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젊은 한국의 남성 골프선수들의 재능이 마구 빛을 발합니다.  

얼마 전 미국 팀과 비유럽 국가 팀이 겨룬 프레지던트 컵 대회에서는 비록 미국 팀에 패하기는 했지만 4명의 한국 젊은 선수들이 탁월한 실력을 보여주며 인터내셔날 팀을 리드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임성재, 이경훈, 김시우와 톰 킴이라는 미국 이름을 쓰는 김주형 선수가 바로 그들입니다. 특히 약관의 김주형 선수는 기대 이상의 실력과 다양한 제스처로 더욱 관심을 끌었습니다. 또한 수준급 영어를 구사하며 미국인들에게 거부감 없는 스타의 등장을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열린 미국 PGA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는 김주형 선수가 무 보기 게임을 펼치며 24언더파로 우승 컵을 거머쥡니다. 고작 20세 3개월의 나이로 PGA 게임에서 2승을 거두며 타이거 우승의 2회 우승기록을 6개월이나 앞당기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날 김주형 선수가 이룩한 무 보기 우승 기록은 PGA 역사상 세번째 기록입니다. 그리고 골프의 신, 타이거 우즈와 같이 21세 이전에 2승을 거둔 역사상 3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리며 전 세계인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또한, 그 경기에서는 탑10에 4명의 한국 선수가 이름을 올리며 한국 남자 골프의 위상을 한 단계 높여주었습니다. 

김주형 선수는 2002년생으로 180cm의 키에 95kg을 기록하는 단단한 신체조건을 지니고 있습니다. 15살에 프로로 데뷔하여 한국 투어와 아시아 투어를 뛰며 우승 기록을 남겼지만, 미국 PGA투어를 뛸 자격도 없었는데, 지난 8월 원덤 챔피온 쉽이라는 미국 PGA 경기에 초청 선수로 참가하여 우승을 하며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바꿔버립니다. 그 우승으로 인해 PGA 투어 자격을 거머쥐고, 동시에 프레지던트 컵 대회에도 출전하고, 여세를 몰아 2주 후 이번 칠드런스 오픈 대회에서 두번째 PGA 우승을 한 것입니다. 

거의 신데렐라의 등장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한국의 어린 선수가 미국PGA 투어에 우연히 뛰어들어 대파란을 일으킨 것 입니다. 톰 킴(Tom Kim)이라는 그의 영문 이름은 이제 팬들의 뇌리에 타이거 우즈의 대를 이을 수 있는 예비 스타 정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유명 스타 선수들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주최하는 LIVGOLF에 빼앗긴 미국 PGA로써는 새로운 스타 탄생에 미소가 절로 흐릅니다. 앞으로 PGA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그를 스타로 만드는 작업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골프 변방인 아시아 시장에서 실력을 키우던 김주형 선수, 우연히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동안 조용히 갈고 닦은 실력을 만방에 알립니다. 역시 실력만 있다면 언젠가 빛을 보기 마련입니다. 

과연 우리 한국인의 자질은 어디까지인지 그 끝이 궁금한 하루였습니다. 

앞으로 그와 함께 우리 한국의 젊은 화랑들의 선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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