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6,Friday

클레이 샘의 영어정복기

한국인이 영어를 습득하고 사용하는 데 소위 “콩글리시”라고 부르는 “한국식 영어”를 극복하고 영어를 영어답게 배우고 사용하는 원칙을 소개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공부하면서 국제회의통역사(동시통역사)가 되기까지, 그리고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과 수 년간의 강의 현장에서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한국인이 영어를 마스터하는데 효과적인 원칙과 영어 사용법을 나누고자 합니다.

“영어를 잘 하려면 영어로 생각하라”

많은 영어의 고수들이 이런 조언을 합니다. (백 번 지당한 가르침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애를 써 봅니다. 하지만… 머리가 텅 빈 것 같습니다. 한국어는 잊고 영어로만 생각하려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영어로 생각을 하는 것인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넷도 찾아보고 이런 저런 책도 뒤져봅니다. 하지만 늘 그 얘기가 그 얘기입니다. 영한사전은 버리고 영영사전으로 공부도 해보지만 오히려 시간만 더 걸리고 공부의 효율은 나지 않습니다. 결론은 그저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허탈한 마음입니다.

친구 없는 통번역사의 굴욕

필자가 미국 모 컨설팅 기업과의 제휴로 SK Telecom에서 통번역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당시의 일입니다. SK Telecom 프로젝트 팀을 대상으로 미국 컨설팅 팀 대표가 프로젝트의 개요를 전달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미국 기업과 SK Telecom의 대표 선수들이 모두 모여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방향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였지요. 필자는 그 자리에서 통역을 담당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직전에 자료도 배포되고 모두들 모여서 사뭇 긴장과 설렘 속에서 발표가 시작되었습니다. 미국 측 대표가 인사말과 함께 이렇게 발표의 내용을 소개하였습니다.

“Today, I’ll walk you through what this project is all about…”

분명히 알아듣긴 하였는데 정확히 무슨 일을 하겠다는 의미인지가 명확하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순간 등에 땀이 흐르며 사전 배포 자료를 재빨리 참고해 보지만 자료의 제목은, ‘A Walk-through of the Project’ walk through라는 표현이 동사와 명사로 달리 쓰였을 뿐 어떤 뜻인지 잡아내는 데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하였죠. 지금도 그 순간을 어떻게 모면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개요를 훑어 보다’는 뜻을 가진 이런 사소한 표현조차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프로젝트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될 수 밖에 없겠습니다. 당시 통역대학원을 무난히 졸업하고 통번역 경력 2년 차였던 필자조차도 walk라는 동사가 목적어 없이 혼자 움직이는 ‘자동사’라는 패러다임에 갇혀 있었던 부끄러운 현실이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어려서 외국 생활을 오래 하고 ‘이중언어’ 환경에서 영어를 습득한 소위 ‘해외파’ 통역사에게는 어쩌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각종 뉴스와 신문 잡지 등의 고급스럽고 공식적인 단어/표현을 습득하기에 급급한 ‘국내파’들에게는 walk through 라는 표현은 오히려 an overview, a bird’s eye view 등과 같은 공식적인 표현들보다 훨씬 어려운 표현임에 틀림없습니다.

“영어로 생각한다는 것은 훈련을 통해서 습득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영어를 사용할 때는 한국어 ‘스위치’를 끄고 영어의 ‘스위치’를 켠다?
이것은 어려서 부터 한국어와 영어 두 개의 언어를 습득하는 환경에서 자란 이중언어인(bilingual)이 아닌 한 가능하지 않습니다. ‘영어로 생각한다’는 것은 골프를 치거나 자동차 운전을 하는 것과 같이 몇 가지 원칙을 반복해서 연습함으로써 습득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골프나 자동차 운전을 처음 배울 때를 상기해 보십시오.
어드레스 자세를 어떻게 해야 하고, 백스윙, 다운스윙 등을 할 때 지켜야 하는 원칙들을 배웁니다. 자동차 운전의 경우라면 상황에 따라 시선은 어디에, 손의 위치는 어디에, 발은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배웁니다. 그 원칙들은 머리로 이해하기에 어렵지는 않지만 몸이 기억하게 될 때까지는 반복적인 교정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영어를 영어로 생각하는 과정도 마찬가지 입니다.
몇 가지 원칙을 우선 ‘이해’하고, 그 원칙들이 ‘몸이 기억하도록’ 반복해서 연습하게 되면 “영어를 미국에서 배우셨나봐요?”라는 질문을 흔히 받는 일이 나에게도 생기게 됩니다.

작성자 : 이성연 원장(팀 스피리트 원장)
팀스 2.0 영어학원 대표원장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졸업
헬싱키경제경영대학교 경영학석사
(전) 한성대학교 영어영문학부 겸임교수 및 시간강사
(전) 산업정책연구원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육부문 이사
(전) 한국경제신문사 글로벌커뮤니케이터 과정 주임교수
(전) 한국리더십센터 성공을 도와주는 영어 과정 주임강사
(전) 삼성 SDI 전속 통번역사
(전) SK TELECOM 전속 통번역사
종로/대치동/삼성동/역삼동 영어학원 강사경력 총 10여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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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comment

  1. walk you through는 뉴스 토론에도 아니면 그냥 tutorial에도 흔하게 쓰는 표현인데, 통번역 2년차에 몰랐다는게
    이해가 안갑니다. 그리고 개요를 훏어보다라기 보단..일일히 하나하나 살펴보다가..더 가까운듯합니다. 보통 I could walk you through all chapters…모든 챕터를 일일히 살펴보지 않고…한 챕터만 보겠다라는 식이죠..여튼..대단하시네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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