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June 24,Thursday

베트남에 응웬 성씨 투성인 이유

미스터 남의 남은 성씨가 아니다.
한국에서 베트남에 입국한지 얼마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베트남 사람의 성명(姓名)때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 사람을 만나 명함을 주고 받고 통성명을 하는 경우 예를들어 상대방이 미스터 남(Nam)이라고 소개하면 아 이 사람 성씨가 남이구나 생각하기 쉽다. 특히 본인 성씨가 남 씨 인 경우 종씨 만났다고 생각하고 좋아하는데 이는 완전한 착각이다.
일화를 하나 들어보자.
2014년 말 응웬 떤 중(Nguyễn Tấn Dũng, 阮晋勇)당시 베트남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런데 한 신문사에선 총리 이름을 어떻게 적을까를 놓고 옥신각신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담당기자가 미스터중이라고 표기하고 약간 미심쩍어 베트남 현지의 필자에게 재확인까지 한 다음 기사를 제출했더니 편집쪽에서는 미스터중이 아니라 미스터응웬이 맞다고 우기더라는 것. 그래서 기자가 로이터 등 외신기사까지 동원해서 설득을 해도 편집쪽에서는 미스터 뒤에는 성씨가 들어가야 맞는 것이고 설령 베트남 사람들이 그렇게 써도 그건 베트남 사람들이 틀린것이라고 해서 아주 난감했었다 한다. 베트남의 특이한 관행을 잘 모르고 문화의 상대성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생긴 해프닝이다.
베트남 남자의 이름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응웬 반 남(Nguyễn Văn Nam). 여기서 응웬은 성씨(a family name), 반은 중간이름(a middle name), 남은 지어준 이름(a given name)이다.베트남에서 정식으로는 성씨와 이름을 다함께 적어 미스터 응웬반남으로 표기한다. 그런데 직접 사람을 부르는 경우나 미스터 등 존칭 뒤에 붙이는 경우 한국이나 미국처럼 성씨인 응웬이 아니라 지어준 이름인 ‘남’을 붙여 미스터남이라 불러야한다.
국부(國父)인 호찌민 주석의 경우 박호(호아저씨)라고 부르는 경우와 19세기 유명 여류시인인 호쑤언흐엉을 여류시인 호로 부르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보통 이렇게 부르지 않는다. 그러면 왜 미스터 뒤에 성씨를 붙이지 않고 지어준 이름을 붙여쓸까? 이는 아주 독특한 베트남의 관행으로 중남미와 남유럽에서 성씨가아니라 이름 앞에 Don을 붙여주는 것과 흡사하다(예를 들어 돈후안). 이렇게 부르는 이유에 대해 주변에 물어보고 검색해봐도 뚜렷한 답을 주는 사람이 없다. 또 언제부터 이렇게 쓰게 됐는지도 확실치않다. 필자가 짐작컨대 같은 성씨가 너무 많아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다.

응웬성씨가 전체의 39%
성씨(a family name)에 대해 살펴보자. 한국 옛말에 ‘남산에서 돌을 던지면 김서방이 맞는다’ 라는 말이있다. 베트남 버전으로하면 ‘사이공 강가에서 돌을 던지면 응웬서방이 맞는다’쯤 될 듯하다. 성씨 태반이 응웬(Nguyễn, 阮, 완)씨다. 2000년 통계를 보면 응웬씨 비율이 전국적으로 39%이다. 응웬(Nguyễn,阮) 39%, 쩐(Trần,陳) 11%, 레(Lê,黎) 10%, 팜(Phạm,范) 7%, 휜/황(Huỳnh/Hoàng,黃) 5%, 판(Phan,潘) 5%, 부/보(Vũ/Võ,武)
4%,당(Đặng,鄧) 2.1%, 부이(Bùi,裴) 2%,
도(Đỗ,杜) 1.4% 등10대 성씨를 다 더하면86%에
달하니 한국의 김, 이, 박을 비롯한 10대 성씨 비율 64%를 훨씬 능가한다. 한국에 김, 이, 박 성씨가 많은 것은 조선시대 후반에 족첩 등을 사서 성씨를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 도대체 베트남에서 응웬, 쩐, 레 성씨가 많은 이유는 뭘까? 이들 3대 성씨는 왕조와 관련이 있다. 응웬 왕조 (1802 ~ 1945), 쩐왕조(1225 ~ 1400), 레왕조(1428 ~ 1788)의 영향으로 세 성씨를 따르는 사람이 60%에 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보복을 피하기 위해 응웬씨로 변경
그러면 그중에서도 특별히 응웬 성씨를 가진 사람이 39%에 달할 정도로 많은 이유는 뭘까? 베트남 역사를 보면 왕조의 멸망에 따라 자의, 타의로 성씨를 바꾼 것을 이유로 든다. 리왕조(Lý Dynasty)가 망하고 난 뒤 들어선 쩐왕조(Trần Dynasty) 리왕조의 성씨를 강제로 응웬(Nguyễn)으로 바꾸도록 했다고 한다.
또 호 왕조(Hồ Dynasty)가 망하고 난 뒤에 호왕조 후손 중 상당수도 보복이 두려워 응웬씨로 변경했고 막 왕조(Mạc Dynasty) 몰락시에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한다. 또 응웬 왕조(Nguyễn Dynasty)때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왕조에서 응웬씨 성을 부여했고 많은 범죄자도 체포되지 않으려 성씨를 응웬씨로 바꿨다고한다.
말하자면 성씨만 같지 서로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의미다. 재미있는 것은 보트피플이 주 등의 영향으로 응웬성 씨가 해외에서도 유력한 성씨로 부각된 점이다. 응웬씨가 호주에서는 7위, 프랑스에서 54위, 미국에서 57위의 위세를 떨치고 있다.
한편 고려에 망명한 화산 이씨와 영월 이씨로 유명한 리왕조의 리(Lý, 李)씨는14대 성으로 남아있긴 하나 인구의 0.5%에 불과하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종중을 방문해 화제가 됐던 판(潘)씨는6위 성씨. 언론 보도에 반기문 총장이 원래 조상이 베트남계라는 말을했다는 베트남 언론의 보도가 사실인지 모르지만 사실이라면 화산이씨에 이어 과거 한국과 베트남의 연결가능성을 보여주는 예다.
한편 응웬떤중(Nguyễn Tấn Dũng, 阮晋勇)에서 짐작할 수 있듯 베트남 사람들의 성명은 원래 한자 유래다.

다만 오랫동안 한자를 쓰지 않았기에 대부분의 베트남 사람들은 자기 이름의 의미는 알지만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는 알지 못한다.

중간이름, 여자는 ‘티’, 남자는 ‘반’
성씨에 대해서는 이미 얘기했고 다음 중간이름(a middle name).
영어로 middle name 또는 cushion name이라 부른다. 이름의 중간자로 남자는 반(Văn, 文)여자는 티(Thị, 氏)를 많이 쓰는데 요즘은 여자이름에 티를 잘 붙이지 않는 경향이있다. 1945년 이전 여자이름의 경우 ‘티’를 100% 붙였다고 한다. 어쨌든 중간 이름 ‘티’의 의미는 소속을 표시하며 ‘쩐티미’라는 여자의 이름은 쩐씨 집안 소속의 ‘미’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를 표시한다.
한편 남자의 중간이름으로는 반(Văn,文), 흐우(Hữu,友), 득(Đức,德), 탄(Thành,誠), 꽁(Công ,公), 꽝(Quang,光) 등이다양하게쓰인다. (남자의) 중간 이름의 경우는 한국으로 말하면 항렬격으로 세대별 구분을 위해서 쓰이는 용법, 성씨 내지 파를 표시하는 경우 등이 있다. 남자의 경우 중간 이름이 생략되기도 하는데 1988년 통계에 의하면 약 22%가 중간 이름이 없는 경우라고 한다. 레러이, 응웬짜이가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지어준 이름(a given name)
앞에서 베트남에서는 미스터 나미스 뒤에는 지어준 이름을 붙인다고 한 바 있다. 여기에는 주로 산, 바다, 풀, 꽃, 새 등이나 중국과 유사한 부귀영화 복록수(福祿壽)등을 표시하는 글자를 사용한다. 남부지방에서는 과거에 낳은 순서대로 숫자를붙여 이름을 짓기도 하였는데 특이한 것은 첫째 아이를 둘째(Hai, 2를 의미하는 베트남어)로 이름 지었다는 점이다.
드라마로 방영돼 인기를 모았던 하이루어(Hai Lua). 하이루어라는 이름이 베트남어로 둘째 벼라는 의미인데 속어로써 시골뜨기 첫째아이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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