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July 29,Thursday

페르낭 레제

알로에의-건설자들-1951

알로에의 건설자들 1951

“1초라도 안보이면 2렇게 초조한데 3초는 어떻게 기다려~이야이야이야이야” – 숫자송

지금 현재에 1초라도 안 보이면 우리를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아침에 일어나서 잘 때까지 손에서 절대 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 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제는 ‘스마트폰’ 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생활했을지 상상이 안될 만큼 혹은 상상하기도 싫을 만큼 그의 존재는 어마어마해졌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스마트폰을 꺼내서 바로 검색하고, 길을 모를 때에는 가장 빠른 길을 나타내주는 지도로 사용하고, 전화비가 나가는 통화 대신 어플을 이용해서 연락을 하거나 메세지를 보내고, 부피가 나가고 무거워서 거추장스러운 사진기 대신 가볍게 찍자마자 바로 SNS에 올리고, 심심할 때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등장한 지 얼마 안 되어 우리 삶 속에 점점 녹아들고 있는 소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서운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온 날, 하루 종일 초조했던 경험이 한 번씩 있으실 것입니다.
항상 이것저것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상상쟁이답게 또 다른 상상도 해 보겠습니다.

건설자들-1950

건설자들 1950

“만약 세탁기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또 냉장고가 없으면?” “그리고 에어컨이 없다면요?” 이런 가전기기들 외에도 “엘리베이터를 쓸 수 없다면요?” 그리고 더욱더 나아가서 “아직 기계가 발명되지 않아서 물건을 생산할 수 없다면요?” 매일매일 쭈그리고 앉아서 손빨래를 해야 하고, 음식을 보관할 수도 없고, 이 베트남의 더위를 그냥 견뎌야하고, 높은 층을 계단으로 다녀야 됩니다. 물건들도 대량생산을 할 수 없어 가격이 높거나 구하기 어려워지겠죠. 생각만으로도 정말 끔찍하군요.
항상 사용할 수 있어서 소중함을 잊고 지내지만, 그래도 우리의 시간과 노동을 아끼게 해주는 주위의 크고 작은 기계들을 아름답고 낙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화가가 있습니다.
소개합니다. 오늘의 주인공 큐비즘으로 시작해서 자신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튜비즘’으로 화풍을 개척한 화가, 페르낭 레제입니다. 피카소와 브라크로 대표되는 ‘큐비즘(Cubism)’이 형태를 해체하며 여러 방향과 시선을 한 화면 위에 모두 보여주려 했었다면 그의 ‘튜비즘(Tubisme)’은 단순한 원통(원기둥,TUBE)의 형태와 명암을 이용하여 기계적이면서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였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금은 그의 독특한 화풍을 나타내는 의미로 큐비즘과 차별화하기 위해 튜비즘이라고 불리지만 그 당시에는 인상주의의 ‘인상’처럼 튜비즘 역시 처음에는 조롱의 의미로 불렸다고 합니다. 처음 시도하는 새로움을 보수적인 시선으로 평가한 후 이해하고 감탄하기까지는 항상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그의 그림을 볼까요? 이 그림은 ‘건설자들’입니다. 건설 현장의 큰 철근들 사이로 작은 인부들이 서 있습니다. 레제가 길을 지나던 중 공사 현장에 영감을 받아 작업한 작품입니다.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얼굴을 한 공사장 인부들. 마치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본 모두 같은 옷을 입은 건설 현장의 베트남 노동자들과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있는 철근들이 마치 건물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기계처럼 느껴집니다. 덩달아 철근 곳곳에 작업하고 있는 인부들은 기계의 작은 부품과 나사들처럼 보입니다. 쭉쭉 뻗어있는 철근이 마치 하늘에 닿을 것 같아 사이사이로 부는 바람도 느껴져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페르낭 레제의 시대보다도 훨씬 더 다양하고 정교한 기계들이 우리와 공존하는 이 시대를 살면서 너무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계시지는 않으신가요? 고백하자면 저는 스마트폰의 노예입니다. 시간 나면 페이스북하고, 시간 나면 인터넷하고, 시간나면 사진 찍고, 그렇게 자기 전까지 스마트폰님을 받들다가 옆에 모셔두고 자고 아침에는 폰님의 기상 알람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곤 하죠. 또한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또다시 스마트폰을 손에 쥐겠죠. 조금이라도 제가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책님을 머리맡에 모셔두고 잘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리고 혹시 저처럼 스마트폰의 노예이신 분들도 하루빨리 폰님의 마수에서 벗어나시길 바라면서 오늘의 칼럼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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