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October 23,Tuesday

화풀이

 

요즘 라운드의 목표는 부화입니다.
달걀을 부화한다는 것이 아니라 화를 안 낸다는 부화입니다.

골프를 처음 칠 때는 잘 맞은 샷이 나올 때 행복합니다. 잘 맞은 샷이 나오면 그래, 그동안 연습한 보람이 있구나 하며 골프가 더없이 행복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시간이 좀 지나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공을 잘 칠 때 행복하지만 이제 좀 구력이 생기면 공을 잘 칠 때 느끼는 행복보다 의도대로 치지 못했을 때 느끼는 좌절감이 더 커집니다. 그때부터 골프가 지옥으로 떨어집니다. 지난주 그렇게 연습을 했는데 여전히 공은 제멋대로 날아다닙니다. 한두 번 잘 맞는 샷으로는 골프를 통해 기대되는 행복감을 채워주지 못합니다.
결국 골프에서 행복을 느끼려면 공을 잘 못 쳐야만 그나마 가끔 잘 맞는 샷으로 행복을 느낀다는 말이 됩니다.

 

골프는 여타의 운동과 좀 다릅니다.
그 다른 부분을 얘기 해 봅시다.
골프는 맨탈에 영향을 받는다고 해요. 그런데 맨탈에 영향을 안 받는 일이 어디있습니까? 다 받지요. 그런데 특히 골프는 그 정도가 더 심합니다.

운동이란 신체를 단련하기 위하여 몸을 훈련시키는 일입니다.
정신을 단련하는게 아니라 몸입니다.
그런데 운동에 따라 몸뿐만이 아니라 정신의 영향을 받는 운동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바둑이나 장기의 경우라면 더욱 그렇겠죠. 골프도 바로 그런 부류와 유사하게 그 경계선 근방에 자리하고 있는 운동입니다. 육체와 정신의 운동에서 정신 쪽으로 조금 기울어 있는 듯합니다. 즉 골프라는 운동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함께 훈련해야 즐김이 가능한 운동이란 말이 됩니다.
골프 뿐만이 아니라 야구, 당구 등 여러 운동들이 그 근처에 머물러 있지만 그중에서도 골프가 가장 넓은 맨탈의 영향권안에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운동으로서도 정의가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골프를 대체로 연령이 좀 들어야 즐길 줄 알게 되는 운동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운동에 비해 준비와 소요비용이 많습니다. 경제적 문제도 걸림돌이 되겠지만 우선적으로 아이들이 놀기에는 운동장도 너무 넓습니다.
그래서 골프는 어른들이 치는 게 맞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까지 맨탈에 신경을 쓰면서 운동을 하라고 하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골프가 맨탈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무슨 상황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실력 이상의 혹은 실력 이하의 샷이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말입니다. 불안감은 그대로 현실에서 드러납니다.

지난번 칼럼에서 쓴 골프 격언을 하나 있는데, “재주는 자세에서 나오고 능력은 신뢰에서 나온다”.

골프라는 운동의 정의를 말해줍니다. 올바른 자세에서는 재주가 나온다는 말은 육체적 훈련을 잘 쌓아야 올바른 실력이 형성된다는 것이고 능력이 신뢰에서 나온다는 말은 자신을 믿을 수 있어야 기대효과를 만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즉 자신감으로 봐도 되겠죠. “자신감이란 내가 충분히 알기도 전에 할 수 있다고 느끼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그럼, 골프에서 자신감이란 무엇입니까?
“골프에서의 자신감이란 내가 어떤 샷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그동안 수없이 많은 샷을 성공적으로 해왔고 이번에는 역시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 마음가짐”
또 전설적 골프레슨프로인 하베 패닉은
“자신감이란 골프를 칠 때 우리가 바라는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라운드 도중 화가 나는 이유는 자신감이 주는 기대를 채우지 못했을 때인가? 아니면 자신감이 없을 때인가? -> 연습을 안했을 때임

편지를 하나 쓰렵니다.

 

김 사장,
어떻게 해야 골프코스에서 이성을 잃지 않고 경기를 마칠 수 있을 까?
성질부려서 게임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스스로를 관리하지 못하니 이를 어쩌냐? 눈감고도 넣을 수 있는 30센치 짧은 퍼팅을 놓치거나 드라이버로 친 공이 숲으로 날아갈 때는 지옥에 떨어지는 기분이여. 그러고 나면 기분이 엉망이 되어버리고 사태는 악화되고 이놈의 골프에게 또 지고 마는 거지. 김 사장, 어떻게 성질 안 내면서 공 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좀 알려주게

 

한동안 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필드에서의 성질내기를 막으려고 노력도 많이 했지만 별로 효과가 없네요. 그래서 절친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리고 절친이 보낸 이 답장 제가 썼습니다. ㅎㅎ)

 

한 사장,
“형편없는 샷이나 당연히 넣어야 할 짧은 퍼팅이 빠지고 나면 당연히 화가 나지.
화가 난다는 것은 경쟁의식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자신의 화냄을 나무라는 것은 마치 게임에 관심이 없는 척 하기 위함이 아닌가?”
그렇다네, 위선적인 행동을 하는 거지.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이기고 싶겠지.
그런데도 승부가 이쪽으로 오지 않으니 화가 나지. 화를 내. 자연스러운 일이야.
벤 크렌스라고 알지? 역사상 가장 최고의 퍼터로 추앙받는 골프선수여.
아주 훌륭한 메너를 갖고 있었어. 많은 사람들이 존경했지.
그래서 이 친구 별병이 신사 벤( Gentle Ban)이야. 그런데 이 친구 또 다른 특징이 있어 필드에서 항상 화를 내. 그래서 누군가 물었지. “신사 벤이 필드에서 왜 화를 내느냐”
신사 벤이 하는 말: 이기고 싶으니까.

도움이 되냐?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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