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6,Friday

[컬럼] 하나의 별이 지고, 또 하나의 별이 태어나다

음악의 진정성이 돋보이는 음악영화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 의 음악이야기

음악영화에 사용되는 음악은 영화음악과는 차별이 있어야 한다. 음악영화의 음악은 플롯(Plot)을 외면하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영화음악보다는 한 발자국 더 캐릭터의 내면에 다가가야 한다. 이 내면에 다가가기 위해선 몰입상태가 되어야하는데 자신과 노래와 무대와 청중, 이 4가지가 완벽하게 혼융된 상태여야하며 바로 이 부분이 음악의 진정성을 표하는게 아닌가 싶다. 이탈리아인으로서 ‘몰입(Flow)’ 의 저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에 따르면 몰입상태에서는 행위와 인식의 융합이 일어난다고 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에 흠뻑 빠져, 그것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자신의 또다른 시선이 없어지는 무아지경의 상태를 말하며, 대중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적절한 애티튜드를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한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스타 이즈 본 ‘ 은 남자주인공 ‘ 브래들리 쿠퍼 ‘ (잭슨 역)와 작은 무대에서 몰입된 여자주인공 ‘ 레이디 가가 ‘ (엘리 역)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영국 최우수 음악상’, ‘헐리우드 최우수 음향효과상’, ‘그래미 베스트 팝 듀오’ 등 총 45개 부문 이상에서 수상을 차지한 기록적인 음악영화이다. 청중 관점으로 화면을 보여주는 대부분의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무대 위에 선 뮤지션의 1인칭 시점으로 공연장 안쪽에서 촬영돼 청중을 바라보기에 관객들은 영화 속 주인공의 기분을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제작된 점과 두 주인공들의 많은 노력과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 보여진다.
남자 주인공 ‘브래들리 쿠퍼’ 는 라이브 공연을 위해 기타와 보컬 레슨을 6개월동안 주 5일씩 트레이닝을 하였다고 하는데 장면 곳곳에서 느껴지는 그의 노력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레이디 가가’ 는 애리조나 출신인 주인공에 맞춰 목소리와 액센트를 바꿨고, 평소 공연때마다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모습 대신 영화에서는 민낯(?)을 보여주는 쉽지않은 결정을 하였다. 슈퍼스타를 벗어던지고 ‘엘리’ 라는 인물에 완벽히 체화될 뿐더러, 중요한 순간엔 가수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영화를 견인하였다.
그로 인해 ‘ 휘트니 휴스턴’ 에겐 ‘보디가드’, ‘비욘세’ 에겐 ‘드림걸즈’,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에겐 ‘버레스크’ 가 있다면 이제 ‘레이디 가가’에겐 ‘스타 이즈 본’ 이 따라오게 되었다.

영화에선 두 주인공의 음악으로 전개되는 두개의 키워드 ‘진실’과 ‘외로움’ 이 OST에 드러나는데 ‘엘리’가 애인과 헤어지고 잭슨을 만나기 직전 흐르던 음악에는 ‘천국이 마법의 길을 열어주네. 구름이 하늘길을 뒤덮을 땐 무지개 길이 나타나지요’ 라는 자구가 스토리 전개를 암시한다. 이러한 전개는 작품의 모든 시퀀스에 적용되는데 사랑에 빠졌을 때는 사랑을 노래하고, 그 사랑이 삐걱 거릴때는 이별앞의 갈등과 주저함을 노래한다. 이렇게 등장하는 노래들이 많이 보여지는데 그중 두번 이상 나온곡이 2곡 있다. 바로 그래미 골든글러브상을 수상한 “Shallow” 와 ” Maybe it’s time” 이다. “Shallow”에서는 두 주인공의 아픔과 전망이 동시에 투영되고, “Maybe it’s time”은 두 주인공의 명암이 엇갈림을 암시한다. “옛 방식들이 사라질 때인가 봐” 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옛 스타일인 잭슨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는 엘리의 시대가 도래함을 의미한다고 보여진다.
하나의 별이 지고 또 하나의 별이 탄생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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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dley Cooper – Black eyes
Scene 음악은 나의 이야기를 담는 것

영화의 도입부에 흘러 나오는 노래이며, 무대에서 객석을 잡는 카메라 앵글도 일품이었지만, 음악은 더 훌륭하였다. 미국 남부의 흙 냄새가 풀풀 풍기는 컨트리나 블루스락은 우리나라에서 인기있는 장르는 아니지만, ‘Black eyes’는 장르 고유의 스타일을 지키면서도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는 평을 내리고 싶다. 잭슨은 블루스와 컨트리, 루츠락을 선보이며 현재 메이저 시장에서 들려주는 화려한 전자음이 있는 음악과는 대비시키며, 자기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Bradley Cooper – Maybe it’s time
Scene 낡아버린 것들은 이제 사라질 때

‘인생이 바다라고 하면, 그곳에서 계속 항해하다가 항구를 만난거야. 잠깐만 쉬려고 했는데 몇 개월, 몇 년이 지나가지. 애초에 어디로 가려 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돼. 하지만 목적지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난 지금이 마음에 드니까. 지금 행복하면 되는거니까.’
잭슨의 잔잔한 통기타연주와 담담하게 가사를 뱉어내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마성의 매력을 분출하며, 낡아버린건 사라질 때가 되었지만, 현재 행복하다는 내용을 담은 멋진 곡이다.

Bradley Cooper, Lady Gaga – I’ ll never love again
Scene 아무것도 주고 싶지 않아

아픈 사랑을 보낼 때 누구나 다짐하던 절박한 맹세는 결국 통속이 되며 시간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이들에게 그들의 현재 사랑은 영원한 사랑이며 서늘한 이성이 열정을 이길 수 없는 때가 존재하게 된다. 사랑을 맹세하지 않는 것은 연인의 도리가 아니라는 그 거짓됨을 알면서도 관객들에게 신파의 마음을 맡기게 만드는 이 노래의 아름다운 선율이 일품이며, 엘리의 가창력까지 더해져 부족함이 없는 명곡이다.

Bradley Cooper, Lady Gaga – Shallow
Scene 상처 입지 않기 위해서는 더 깊은 곳으로 가야해

2019년 ‘그래미 골든글러브상’을 수상한 대표곡이다. 무작정 사랑에 뛰어들어 뒤돌아보지 않는 한 여인의 저돌적인 모습을 컨트리풍의 포크사운드와 잭슨의 허스키한 보이스, 엘리의 절창으로 표현해 내는 곡으로, 극중 술집에 일하던 엘리와 그녀를 처음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잭슨 두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아름다운 노래이다.

Lady Gaga – Always remember us this way
Scene 우리 모습 영원히 이대로 기억해

‘음악이란 건 옥타브 내에서 12개 음이 반복되는 거라고 했지. 똑같은 얘기를 반복해서 얘기하는 것 뿐이라고. 뮤지션은 그 12개 음을 자기 방식대로 들려주는 거라나.’ “Shallow”와 “Maybe it’s time”과 더불어 강력추천하는 노래이다. 선율에 담긴 감정이 관객이자 리스너들에게 진실하게 전해져 벅찬 감동을 선사하며, 더욱이 고감도 사운드를 연출해 실제 공연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잘 살려주었다.

 

 

윤아람

언더그라운드 뮤직스쿨대표 / www.undergroundvn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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