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9,Monday

한주필 칼럼-Out of sight, out of Mind

위 영어문장은 중학생이면 다 아는 문장이니 별도로 설명이 필요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굳이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가까이 있는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 라는 우리 속담이 이에 해당되는 말인 듯합니다.
지난 여름,베트남의 강력한 봉쇄로 인해 심하게 휘청대는 회사를 지키느라 자리를 뜨지 못한 사업가들이 이제 봉쇄가 풀리고 다시 회사가 조금씩 돌아가는 듯하니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귀국길에 오르려 합니다. 이들은 대기업처럼 조직으로 돌아가는 규모를 갖추지 못한 터라 직접 일을 해야 회사가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도 그런 경우입니다. 아직 회사가 완전히 정상화가 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앞날을 알 수 없던 봉쇄기간과는 달리 일단 회사가 돌아가는 판이니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긴 셈입니다. 그래서 이번 년말은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는 부픈 희망을 안고 한국행 비행편을 잡았습니다.
그러고 주변을 둘러보니 이제 저와 같은 입장으로 한국으로 나가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펜데믹으로 2년이상 한국에 다녀오지 못하신 분들이 많을 듯합니다. 사업도 중요하지만 가족을 수년째 못보고 있다면 어떤 댓가를 치루더라도 다녀오는 것이 좋겠지요.
요즘은 한국에 한번 다녀오는데에도 많은 고민이 따라옵니다.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입국자를 관리하기 위한 격리를 거쳐야하고, 또 베트남의 경우 특별 입국이라는 절차를 밟아야 하니 수속도 번거롭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녀와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합니다. 한국이 고국이고, 그 고국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래된 친구들, 지인들, 이웃들 모두 한국에 그대로 있는데 자신만 혼자 떠돌며 정을 논하고 있으니 참 기이한 운명을 살고 있는 셈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인연이라 해도 자주 만나지 않으면 마음에서 그 흔적이 자꾸 지워집니다. 사람의 인연이란 공유하는 경험에 의해 맺어지고 또 헤어지기도 하지요.  가족이 우리에게 특별한 이유는, 가족만이 가지는 특별하고 내밀스런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가족사를 공유한다는 것은 특별한 관계가 아니면 생겨나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가족이 특별한 인연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Out of sight 란 바로 함께 하는 경험이 없다는 것이죠. 공유하는 경험이 없으면 대화꺼리도 사라져 침묵이 불편해집니다. 50년만에 만난 동창생들도 반가운 마음에 지금 어찌 사는냐 등 기본적인 호구조사가 끝나면 곧 화제꺼리가 사라집니다. 그동안 Out of mind 였던 관계라는 뜻이 되나 봅니다. 영어에서 Mind는 마음이라기 보다 생각이라고 봄이 우리의 정서에 더 어울립니다. 그래서 Out fo Sight, out of mind 는 “보지 안으면 생각도 사라진다” 하고 이해함이 좋을 듯합니다.
반세기만에 만난 고교 동창생그럴 수 있지만, 가족과는 그리 되어서는 안되겠죠. 그래서 기회가 되면 자주 한국을 가려고 합니다. 말년에 그래도 서로 배려하고 챙겨주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가족 밖에 없으니까요.
이번 연말에는 모두들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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