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June 24,Thursday

막스 베크만 Max Beckmann

왼쪽 사진과 오른쪽 그림이 조금 닮았다고 느껴지시나요?
작업실 책꽂이에 꽂혀있던 ‘위대한 20세기의 아티스트들’이라는 책을 넘겨보고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책을 넘기던 중, 한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저는 너무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왼쪽 사진의 주인공 ‘막스 베크만’의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그 책 속에 다른 화가의 사진은 작업을 하고 있는 전신사진은 크게, 얼굴만 있을 경우 작게 실려있는데 반해 이 화가의 얼굴만 나온 이 사진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너무 크게 실려서 한 번 놀라고, 웃음기 하나 없이 불만이 많은 듯 인상을 쓴 듯한 표정에 두 번 놀라고, 인상 팍 쓴 그 얼굴이 평소의 저와 너무 닮아서 또 놀라고 말았습니다. 어릴 적 잃어버린 오빠를 찾은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찡그린 인상과 함께 떼를 쓰는 듯한 표정을 한 오른쪽 그림은 2012년도에 그린 제 자화상입니다. 어릴 적부터 저희 아빠가 ‘네가 무슨 인상파냐! 인상(人相) 좀 그만 써라.’ 하고 항상 말씀하시곤 하셨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투덜이 스머프마냥 불만이 있으면 툴툴거리고 한껏 표정을 찡그리던 저는, 커서도 변함없이 조금만 기분이 나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인상’을 쓰곤 합니다. 정말 쓸데없이 청개구리도 아니고 이런 것만 한결같네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웃는 얼굴을 그릴 때보다 더욱 흥미롭고 마음에 들어서 자화상을 그릴 때에 종종 인상을 쓰거나 째려보고 있는 얼굴을 그려서 남겨놓곤 합니다. 그 날의, 그 달의, 그 해의 일기처럼요.
그럼 오늘의 주인공을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표현주의자로 불리지만 사실 스스로는 표현주의자로 불리는 것을 싫어했다는 이 화가. 독일의 화가 ‘막스 베크만’입니다. ‘아… 오늘도… 또~? 또~? 표현주의야?’ 하고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찡그리는 인상이 상상되네요. 하지만 지금 인상을 찡그리기에는 아직 성급합니다. 다소 험상궂은 화가의 인상과는 반대로 그림은 한없이 매력적이기 때문이죠.
그럼 그의 자화상부터 볼까요? 그는 유화, 드로잉, 판화를 포함하여 85점 정도의 많은 자화상을 남겼습니다. 웃음기 없고 차갑거나 무표정인 그가 “뭘 봐?” 하고 감상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베크만이 미술을 공부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신화와 종교적 주제 위주로 작업을 했었지만 여행을 간 파리에서 인상주의를 비롯한 다양한 근대미술사조를 접하면서 점점 그의 화풍이 변화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을 자원입대하면서 겪은 정신적인 충격과 외상으로 인해 그의 화풍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전쟁 후 나치의 탄압으로 그림을 빼앗긴 후 독일을 떠나 다른 나라로 망명을 해서 살아가야 했죠.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들을 보면 불안하고, 두려움이 느껴지고, 비극적인 느낌이 맴돌면서 갑갑하면서도 약하고 조심스러워 보이다가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림을 감싸는 우울한 분위기와 나른한 색채가 묘하게 시선을 잡아끌며 그 시대에 살던 인물들이 연기하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처럼 사이로 점점 빠져들어갑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인상을 쓰게 되는 일을 종종 마주하거나 듣게 될 때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베트남의 녹녹치 않은 생활도 한 인상 쓰게 만들기도합니다. 특히 요즘에 한국 상황을 보면 인상파들이 많이 생겨날 것도 같고요. 갑자기 어릴 때 학교에서 배웠던 동요가 생각나네요. 그 동요를 부르면서 이번 칼럼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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