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9,Monday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2-3이단자를 화형에 처하던 15세기 스페인, 갑자기 예수가 나타난다. 민중들은 그를 알아보고 구원을 청한다. 그러나 늙은 대심문관은 병사를 풀어 예수를 지하감옥에 가둔다. 그리고 예수에게 “내일 너를 화형에 처하겠다.”라고 선고한다.

“너는 기적을 베풀어 민중에게 빵을 줄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빵으로 그들의 자유를 사지 않으려 한 것인가. 하지만 인간은 나약하다. 우선 배고픈
걸 해결해야 영혼의 자유도 누릴 수 있다. ‘천상의 빵’이란 이름으로 수천, 수만 명의 인간들이 너의 뒤를 따른다고 해도, 천상의 빵을 위해 ‘지상의 빵’을 무시할 만한 힘이 없는 수백만 명, 수억 명의 인간들은 어떻게 될까? 너는 우리가 인류에게 만들어준 지상의 왕국을 방해할 권리가 없다.” 그러나 예수는 대심문관에게 논리로 반박하거나 증오로 화답하지 않는다. 대심문관이 말을 마치자, 예수는 조용히 그에게 입을 맞춘다. 당황한 대심문관은 “어서 가라! 다시는 오지 마라! 절대로!”라고 말하며 예수를 풀어준다. 이 부분은 카르마조프 가의 둘째 아들 이반이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동생 알료샤에게 들려주는 서사시 ‘대심문관’편의 일부분이다. 무신론자인 이반은 과연 신의 조화가 인간이 실제로 겪는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지 묻고 있는 장면이다.

누군가 “생애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 않고 한국소설은 < 토지>, 외국소설은 <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라고 늘 답해 왔다. 도스토옙스키의 마지막이 미완성의 작품만큼 인간세계와 인간 본성에 대하여 심오한 깨달음을 준 작품은 여태껏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심리학, 범죄학, 철학, 종교학을 모두 아우를만큼 문학이 다룰 수 있는 모든 영역까지 뻗어 나갔다. 3권짜리의 방대한 분량이긴 하지만 이 지구 상에서 숨을 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읽어봐야 할 고전이며, 특히 기독교인들은 성서를 잠시 접고서라도 꼭 읽어보시라 권해 드리고 싶다.

대문호 톨스토이(1828~1910)가 임종을 맞았을 때 그의 옆에 바로 이 책이 놓여져 있었다고 한다. 그는 “세상에 있는 책 모두를 불 질러버리더라도 도스토옙스키는 남겨 놓아야 한다”고 할 정도로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작가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스토옙스키는 어느 과학자보다도 많은 것을 나에게 주었다. 아인슈타인

도스토옙스키는 내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던 단 한 사람의 심리학자였다. 니체

그는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자리를 차지한다. <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지금까지 쓰인 가장 장엄한 소설이고 대심문관의 이야기는 세계 문학사의 압권이다. 프로이트

이들뿐만이 아니라 헤세, 카뮈, 헤밍웨이, 마르케스 등 세계문학사의 수많은 대가들이 자신들의 문학적 입지 중심에 도스토옙스키가 있음을 시인했다.

이 작품의 주제를 뭐라고 단정 짓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신과 인간, 선과 악, 사랑과욕정, 죽음 그리고 돈이란 단어들로 그나마 압축할 수 있을 뿐이다. 정확히 십 년 전 나를 전율시킨 이 책은 그 후로 내 삶의 지표가 되어 내 주위를 늘 맴돌았다. 아울러 이 작품에대해 ‘나 같은 무명의 글쟁이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리뷰를 쓸 수 있겠는가’라는 고민도 했음을 밝힌다.

작성자 : 박동중 – 영남대 영문과 졸업/조흥은행 안국동 근무, 現 창작활동 및 백산비나 근무중 (frog09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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