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rch 29,Friday

한주필 칼럼-대안 골프

요즘 대안 골프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퍼져 나갑니다

제일 먼저 대안 골프로 등장한 것은 사우디 국부 펀드가 지원하는 LIVGOLF라는 대회입니다. 이 대회는 기존의 골프계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PGA에 대항하여 만들어진 대회의 성격이 짙습니다. 이 대회의 이름인 LIV는 로마 숫자 50(L)과 4(IV)를 합친 것으로 로마자로 읽히면 54가 됩니다. 즉 기존의 PGA 대회가 나흘간 72홀을 도는 데 비해 이 대회는 54홀을 도는 것으로 게임을 마감합니다. 

이 대회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엄청난 상금 규모입니다.  LIVGOLF의 대회당 상금 규모는 2천만 달러입니다. PGA 주관 대회 중 가장 권위있는 대회이자 상금규모가 큰 마스터스 대회의 총상금이 1,500만 달러인 것을 보면, 이 대회가 기존 골프계에 던지는 충격을 짐작할 만합니다. 

한 시즌에 8개 대회로 시작한 리브 골프의 시즌 총상금은 2억 5,500만 달러입니다. 컷오프도 없으며 심지어 초청받은 선수는 예전에 타이거 우즈만 누리던 대회 참가비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대회는 현재 48명의 선수가 출전하는데 개인뿐만이 아니라 팀에 소속되어 팀 성적을 따로 매겨 시즌 후 팀 상금이 부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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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프로 운동선수들은 대부분 팀에 소속되어 신분을 보장받고, 수입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나 골프는 철저히 개인이 스스로 사업자가 되어 관리하는 시스템이라 상금 순위 50위안에 드는 선수는 고 수입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투어에 참가하는 것조차 버거운 환경이 주어집니다. 

이런 기준의 PGA 상금 시스템을 비판한 선수는 미국의 대표적 골프선수인 필 미켈슨 입니다.  그는 예전부터 PGA 상금지급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해왔습니다. 이에 동조한 선수는 현재 세계 랭킹 1위인 더스틴 존슨이었습니다. 필 미켈슨과 더스틴 존슨은 PGA투어를 통해 받은 통산 상금 랭킹이 타이거 우즈에 이어 2, 3위입니다.

그들에게 리브골프를 이끄는 호주 출신 골퍼 그랙노만이 손을 내밀자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계약하고, 계약금으로만 미켈슨은 2억 달러, 존슨은 1억 5천만 달러를 받습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PGA 투어를 뛰면서 번 상금 9,500만 달러와 7,400만 달러의 두 배를 상회하는 금액을 계약금으로만 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 이어 유명 선수들이 리브골프와 계약을 맺습니다. 그중에는 한국계 케빈 나, 김시환 선수가 있습니다. 

나흘간 72홀을 돌아야하는, 강한 체력을 유구하는 PGA투어와 달리 54홀 3라운드를 도는 리브 골프는 기술적으로 완성되었으나 체력에서 젊은 선수를 이기지 못하는 노련한 선수들에게 공정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또한 리브 골프가 미국의 PGA와 다른 점은 샷건 출발입니다. 48명의 선수가 18개 홀에서 동시에 티오프합니다. 그래서 게임 시간도 짧습니다. 선수들의 체력을 아낄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 리브 골프 대회는 총 8개 대회를 개최하고 7개의 개인전과 1개의 단체전으로 꾸렸습니다. 프로 선수들이 팀에 소속되어 팀 성적으로 투어를 관리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년에는 총상금이 무려 4억 500만 달러가 된다고 합니다. 

리브 골퍼의 슬로건 중에 맘에 드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GOLF BUT LOUDER! 골프지만 더 크게 환호하라, 뭐 그런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국에서 출발한 대부분의 운동이 다 관객의 입을 다물라고 요구합니다. 테니스가 그렇고 골프도 선수가 샷을 할 때 숨도 쉬지 말라고 요구합니다. 리브 골프는 그런 보수적 게임 환경을 바꿔 갈 듯합니다. 지나치게 에티켓을 내세우며 관객을 주눅들게 만드는 영국인들의 오만함에 반기를 든 것입니다. 선수보다 그들의 플레이를 즐기는 소비자의 입장을 한층 더 고려한 것이라 보여집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새로운 투어의 등장을 환영합니다. 소비자에게 볼거리를 늘여주고 미국의 횡포에 가까운 일방적 행태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PGA에서는 리브 골프에 출전하는 선수는 영구적으로 제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그 싸움이 어떻게 전개되어 골프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프로골프가 서서히 바뀌는 것처럼 아마골프도 요즘 새로운 제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골프는 다른 운동과는 달리 시니어 골프가 메이저를 이루는 유일한 운동입니다. 그래서 시니어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는 골프산업의 지대한 관심사 중의 하나입니다. 

요즘 시니어 골퍼를 위한 대안 골프라는 것이 등장하는데, 제가 기억하는 내용의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홀마다 멀리건을 한 번씩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 (퍼팅 멀리건은 없다)

-, 공은 깨끗이 닦아 좋은 자리에 올려놓고 친다.  

-, 3 퍼팅 이상은 없다. 

-, 벙커에서 2타 이상은 없다. 

공이 있는 그대로 친다는 골프의 기본 설정을 무시하는 일이지만, 이제 시대가 변하며 모든 게 바뀌어 갑니다. 영원히 바뀌지 않은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 않던가요. 

골프를 잘 못치는 101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100 가지 이유는 다 핑계일 뿐이고, 나이 탓이라는 한가지만이 타당한 이유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골프에 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사유를 지닌 시니어에게는 적용할만 한 룰 아닌가요? 

아마 이런 룰을 적용하자 하면 젊은 골퍼들은 진저리를 치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대들도 늙어 보시게, 이렇게라도 골프를 즐긴다는 게 흔치 않은 행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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