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y 9,Thursday

아이의 행동을 깨우는 피드백의 힘 (2)

천안에 있는 한 연수원에서 강의를 마치고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예전 직장 동료였던 언니 집을 방문했다. 언니는 육아로 나는 일로 각자 바쁜 삶을 살다 보니 마음먹고 찾아가지 않으면 만나기가 힘들었다. 언니의 딸 아라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 만났었는데 벌써 초등학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시간이 빠르다는 걸 새삼 느꼈다. 아라가 태어났을 때 언니의 음성과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랑스러워서 어쩔줄 몰라하는 그때의 그 모습.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의 언니는 달라도 너무 달라져 있었다. 아라와 언니의 모습은 마

엄마 : 야. 이 기지베야.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도 안 일어나?

딸 : 지금 일어나려고 했어.

엄마 : 너 엄마가 일찍 일어나서 아빠 식사하실 때 같이 하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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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 아침 안먹어도 돼.

엄마 : 그리고 너 일어나면 네 이불은 네가 개라고 했잖아. 몇 번 말해~?

딸 : 아~~ 나중에 또 잘건데.. 그냥 나둬~ 

엄마 : 너 이렇게 늦장 부리면 지각하잖아. 안 서둘러?

딸 : 뛰어가면 돼.

엄마 : 이것 봐, 이것 봐~… 쓰레기통 이게 뭐니? 다 찼잖아. 네가 좀 비우면 덧나니?

딸 : 놔둬. 아직 안넘치잖아.

둘은 만화영화 ‘톰과 제리’의 한 장면 같았다. 한 명은 얄미울 정도로 약을 올리고 한 명은 약이 올라 죽겠다는 그런 모습이었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듯 아라가 등교한 후 언니와 나는 차를 마치며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어쩔 수 없는 직업병으로 인해 조심스럽게 언니에게 제안을 했다. “언니! 그냥 눈 딱 감고 속는 셈치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한 번만 해 봐!”언니는 특효약이라도 기대하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내가 제안한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우리는 보통 평소에 잘하는 모습보다 잘하고 있는 않은 모습을 캐치해서 잔소리하는 방식을 이용해 자녀의 행동이 변화 될 수 있도록 애쓴다. 제안한 방법은 반대로 잘 되지 않는 것을 찾기 보다 잘 되고 있는 것을 찾아서 칭찬,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했던 반문이 나온다.”얘! 잘하는 구석이 없는데 그게 되겠니?”정말 아이가 칭찬받고 인정받아야 할 일이 드물까?
어쩌면 부모가 긍정적인 모습을 찾는 습관이 안 되어 있거나 관점을 안되는 모습에 맞추고 있어서가 아닐까? 대부분 아무 문제 없이 평범한 일상을 당연하다 생각한다. 그리고 잘 되지 않은 상황을 찾아 확대하고 불평을 한다. 잘 생각해보면 잘되고 있지 않은 것보다 잘 되고 있는 것이 훨씬 더 많다. 그럼에도 잘되고 있는 일상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지나친다. 언니의 반응도 예상했던 그대로다. “얘, 그 꼴을 어떻게 보니? 엉망진창을 해도 참고 기다리라는 거야?”

이 상황을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도, 엉망진창인 상황을 참지 못하는 사람도 아라가 아닌 바로 엄마다. 엄마는 참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해 화가 나는데 아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이 그들의 갈등 원인이다. 이런 차이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은 엄마가 자녀를 맞추든 자녀가 바뀌든 두 가지 중 하나다. 어쨌든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아라도 분영히 알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하면 엄마가 만족하는지. 다만 아직 어리고 그런 습관이 몸에 베어 있지 않고 또 귀찮고 의지도 약하다 보니 엄마의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열 번 중에 열 번 다 엄마의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건 아닐 것이다. 만약 열 번 중 단 한번만이라도 잘 할 때까지 아이 스스로 뭔가를 해낼 때까지 기다려 보자. 설마 1-2년씩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아라도 쓰레기통이 넘치기 직전까지 버티다 언젠가는 버린다. 그때 엄마는 마음을 다해 칭찬해 주면 된다. 칭찬 할 때 결과보다는 그 과정 또는 사람에 포커스를 맞춰 언급해 주면 몇 배 더 효과가 있다. (예:아라가 스스로 쓰레기통을 비워주니, 아라가 엄마와 약속을 지켜주니.) 별것도 아닌 일에 긍정적 피드백을 받은 아이는 긍정적 피드백에 대한 반응으로 그 행동이 반복될 확률이 높다. 왜냐면 자신의 수고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잘 되지 않는 것이 분명 있다. 그것은 약점이다. 안되는 약점에 포커스를 맞춰 강점으로 만들려고 애쓰기 보다 사소한 강점이라도 찾아 그것을 확장 시키는게 낫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극을 원한다. 당연히 긍정적 자극이 우선일 것이다. 그런데 긍정적 자극이 충분히 오지 않게 되면 부정적 자극을 일으키는 행동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둘째 아이 출생이후 첫째 아이의 이상 행동, 청소년들의 이탈 행동등. 이것은 주 양육자의 충분한 긍정적 자극의 부제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행동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행동의 하였을 때 비로소 양육자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행동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부정 행동시 부정자극이 아닌 부정행동에 무자극(무시) , 또는 긍정 행동시 그 행위의 의도와 사람에 대한 인정을 통해 그 행동을 더욱 강화 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생을 돌보는 찰라를 포착해 동생을 돌보는 행위에 대한 감사와 인정을 전했을대 그 행동의 빈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피드백도 부모 유형에 따라 스타일이 나뉜다.

보통 주도형 부모나 신중형 부모는 피드백시에도 ‘비평가적 형’ 모습을 보인다. 주도형 부모는 자신에 대한 기대 수준은 낮은 반면 상대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다. 신중형은 자신과 상대에 대한 기준이 둘 다 높다. 두 유형 모두 상대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다 보니 긍정적 행동에도 칭찬에 앞서 비평이 앞설 확률이 높다. 두 번째는 치어리더와 같은 ‘파이팅 형’이다. 이들은 사교형 부모에게서 주로 나타나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 측면을 보며 응원한다. 예를 들어”잘했어”, “그럴 수도 있지”, “다 잘될 거야” 와 같은 태도로 자녀를 늘 응원한다. 이들 부모는 자신과 자녀에 대한 기대가 둘 다 낮기 때문에 자녀에게 매우 관대하다. 또 감정적이다 보니 뜻하지 않게 버럭버럭 잔소리를 쏟아 내고 뒤돌아서서 후회하는 경우가 잦다. 세 번째는 ‘애매모호형’이 있다.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나 주변 가족들의 이야기나 평가에 초점을 두고 피드백한다. 안정형 부모에게서 자주 나오는 방식인데. “아빠가 이렇게 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셔”. “선생님이 이렇게 하라고 하셨는데”등 상대의 입장이나 이야기를 반영한다.

마지막으로 ‘코치형’이다. 코치형 부모의 피드백은 결과나 성공 여부를 넘어 자녀의 행동과 활동들에 초점을 맞춘다. 자녀가 잘하고 있을 때나 변화가 필요할 때 피드백을 제공하고 자녀의 행동과 상황에 대해 사실적 측면에서 솔직하고 직설적이지만 상대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표현한다. 코치형 부모의 피드백은 자녀의 강점은 더 강화시키고 약점이나 제한점은 발전적이고 긍정적 방향으로 개선 시킬 수 있다. 한 방송사 실험에서 열등반과 우등반 아이들을 나누고 교사들에게는 열등 반을 우등반이라고 하고 우등 반을 열등 반이라고 하고 일정 기간 수업을 하게 하였다. 그 이후 다시 시험을 치루고 그 결과를 보니 실제 열등반인 아이들의 평균점수는 올라갔고 실제 우등반 아이들의 평균점수는 낮아 졌는 사실이다. 이 실험에서 시사하는 바는 교사들이 열등반이라고 인지하고 수업할 때 나오는 피드백과 우등반이라고 믿고 수업할 때 나오는 피드백이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는 점을 찾아냈다.

한국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튀면 누르고 부족면 올려서 평균 또는 보통상을 맞춰야 한다는 고정관렴이 있다. 그렇게 했을 때 무난할 수 있지만 탁월하기는 어렵다. 우리 자녀를 바라볼 때 강점을 우선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강점은 뭔가 탁월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평범한 일상 그 일상에서 우리는 소소한 긍정적 습관을 찾아 인정할 때 그 아이는 그 좋은 습관과 삶에 태도가 더욱 강화되고 파생되어 더 좋은 습관과 태도로 확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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