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December 4,Wednesday

한주필 칼럼- 천천히 살기

그동안 유튜브에 한 달에 8천여 원을 내면서 광고가 안 나오는 프리미엄 회원으로 유튜브 시청을 즐겨왔는데, 얼마 전 구글 계정이 문제가 생겨서 자동 결제가 막히는 바람에 프리미엄 회원자격이 박탈당하고 유튜브 시청 시 어쩔 수 없이 광고를 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는데, 이게 말입니다, 결코 나쁜 것 만은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예전과 달리 영상이 시작되면 광고가 자동으로 뜨면서 5초 경과 후에 <광고건너뛰기>를 누르고 난 후 시청을 하는 것이 영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것도 좀 지내다 보니 나름대로 이점이 있더라고요. 

먼저, 영상 시작이나 중간에 광고가 뜰 때마다 고개를 들고 잠시 기다리는 것이 뇌에 여유를 준다는 것입니다. 즉, 예전에는 너무 몰아치며 영상을 시청하느라 생각할 여유가 없었는데 이제는 광고가 뜨는 시간이 되면 영상에서 빠져나와 현실을 돌아보는 시간이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즉 유튜브에 너무 함몰되는 경향을 막아준다는 것이 긍정적입니다. 

둘째로, 중간에 뜨는 광고가 나름대로 세상을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광고도 생활 정보가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중간중간에 뜨는 광고를 보며 요즘은 이런 새로운 제품들과 기발한 서비스가 새롭게 등장 했다는 것을 봅니다. 세상의 흐름을 광고를 통해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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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너무 영상만 죽어라 들여다보는 것 보다 중간 중간에 광고도 보면서 머리를 돌리기도 하고, 광고에 흥미가 없으면 그 시간에 머리를 식히는 여유를 갖는 것이 숨 돌릴 새 없이 영상을 찾아 다니는 것보다 훨씬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경험을 하며 느끼는 것이 생겼습니다. 

우리 한국인이 지향하는 생활 철학, 항상 빠르게 일을 처리하고 한 가지 일에 여유없이 장시간 몰입에 빠지는 것이 결코 우리 삶에, 적어도 정신적인 면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인의 특징은 빨리빨리 입니다.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런 빨리빨리 성향이 국가 발전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개인의 삶에 행복을 심어주는 데에는 과연 보탬이 될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특히 우리처럼 이국의 땅에서 생활하는 교민들에게는 한국에서 삶의 신조처럼 신봉하던 빨리빨리 철학이 이곳 생활에는 결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언젠가 언급한 적이 있는데 베트남에서는 남들보다 앞서서 재빨리 행동하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사례가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이왕 맞을 매는 먼저 맞는 게 좋다지만 이곳에서는 가능한 늦게 맞는게 낫다 입니다. 끝까지 버티다 보면 아예 매를 안 맞는 수도 생기니까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대부분의 실수의 원인을 돌아보면 너무 서두른 탓에 일어납니다. 너무 늦은 탓에 일어나는 실수는 별로 흔하지 않은 듯합니다. 

음식을 하다가 그릇을 깨거나, 소금을 설탕인 줄 알고 넣거나 하는 실수, 국그릇을 들고 가다 엎어버리는 실수 모두 서두른 탓에 일어납니다. 우리 삶에서 절대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교통사고 역시 99%가 서두른 탓에 일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잘못된 계약의 대부분도 역시 빠른 생각에 이은 섣부른 행동으로 생겨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조금 더 숙고했더라면, 하는 후회로 밤잠을 이루지 못한 경우는 없는가요?

그러고 보면 세상을 좀 더 잘 사는 방법의 하나는, 서두르지 않는 것입니다.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말하고, 천천히 듣고, 천천히 행동한다면 우리 삶에 일어나는 대부분의 후회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천히 칠 수만 있다면 과거에 흔히 저지르던 실수의 대부분이 사라집니다. 스윙을 천천히 할 수 있다면 늘 만족할 만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슬로우 플레이를 지향하는 것은 아닙니다.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걷고, 천천히 스윙하는 것과 자기 순서를 미리 챙기지 못하고 공 앞에 서서 신문을 읽으며 동반자의 게임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사안입니다. 

앞으로 별로 길게 남지 않은 삶이지만, 천천히 사고하고, 천천히 행동하고, 천천히 사는 것을 남은 생에는 한번 실천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성적으로 엄청 급한 성격의 인간이 이런 말을 하니 아마도 우리 집 고양이가 웃을 줄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천천히 사는 삶의 방식이 급한 것보다는 훨씬 좋은 면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체로 급한 성격의 한국인들, 한번 되 씹어 볼 만한 생각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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